사회 사회일반

회사 금고는 유병언 일가 자동현금인출기였다

■ 세월호 참사

계열사 동원 수백억 빼돌려 상표권 사용료 챙긴 정황도

유 전회장 5월 초 소환할 듯

김한식(가운데) 청해진해운 대표가 29일 임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인천지방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검찰은 김 대표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희종 2차장)이 29일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후 첫 피의자 조사다. 김 대표는 유 전 회장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최측근 인사로 유 전 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이 상당 부분 진전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의 탈법적인 행적이 워낙 방대하기는 하지만 수차례의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수사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아 사세를 키운 뒤 회사 자금을 사적인 목적으로 꺼내 쓴 구체적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유 전 회장 일가는 부동산 구입과 사진전 개최, 사진작품 판매 등의 용도로 회삿돈을 '자동현금인출기(ATM)'에서 돈 빼내듯이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아해라는 예명의 사진작가로 활동해온 유 전 회장이 해외법인 아해프레스프랑스를 세운 뒤 계열사를 총동원해 최대 500억원의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렇게 빼돌린 자금은 유씨 자신의 사진전을 여는 데 주로 쓰였다. 이렇게 부당하게 해외로 유출된 금액은 출자금 71억원과 매출액 225억원 등 총 296억원으로 보이며 아해프랑스 외에 미국 뉴저지에 세운 아해코퍼레이션, 아해프러덕츠, 세모USA, 세모홍콩, 파나마 퍼시피카홀딩스 등 해외법인에 들어간 자금을 모두 합하면 500억원 가까이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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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회삿돈을 빼가는 고전적인 수법도 쓰였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유 전 회장 일가의 페이퍼컴퍼니는 '붉은머리오목눈이' 'SLPLUS' '키솔루션' 등이며 이들 회사는 수년간 계열사 30여곳으로부터 컨설팅비와 고문료 명목으로 200억원가량의 비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유 전 회장이, SLPLUS는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44)씨가, 키솔루션은 차남 유혁기(42)씨가 각각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8일 붉은머리오목눈의의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회장은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 400여장을 2,000만달러(약 200억원)에 계열사에 강매하는 방법도 동원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의 사진작품은 아마추어 이상의 작품성을 갖추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지만 유 전 회장은 회사 계열사에 거액에 자신의 작품을 억지로 팔아 회삿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유 전 회장 일가가 특허청에 상표권을 미리 등록한 뒤 관계사에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지난 10여년간 500억원에 달하는 상표권 사용료를 받아 챙긴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이번주 중 김 대표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고창환 세모 대표, 변기춘 천해지 대표 등 유 전 회장 측 계열사 대표 5~6명도 잇달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유 전 회장 본인에 대한 소환조사도 다음달 초쯤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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