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사회공헌기금과 합성의 오류

정승량기자 <사회부> schung@sed.co.kr

정승량기자

[기자의 눈] 사회공헌기금과 합성의 오류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정승량기자 경제학에는 '합성의 오류'가 있다. 자본주의체제에서 개인적으로 아무리 합리적인 행동을 해도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하게 되면 경제전체적으로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은 이것을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라고 했다. 합성의 오류는 너무나 도덕적인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저축행위는 미덕이지만 모두가 열심히 저축만 하면 경제전체적으로는 소비부족으로 경기침체에 빠진다. 부동산 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의 합리적 투자활동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실수요에 관계없이 이런 행위를 하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버블이 생기고 사회 불평등이 심화돼 경제적 혼란이 야기된다. 현대와 기아 등 자동차 4사 노조가 순이익의 일부(5%)를 사회공헌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하지 않을 경우 공동투쟁하겠다고 위협하고 노동부 장관이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후 재계가 반발하고 혼란스럽다. 노동계는 중소기업 상황이 어려워지고 비정규직이 양산됐다며 이 사회공헌기금으로 이들을 돕겠다고 밝히고 있다. 취지는 너무나 좋지만 이미 합성의 오류가 엿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순이익이 1조원이 넘는 회사들이 속속 나타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다 투명해진 회계방식에도 있지만 일부는 하청업체에 돌아갈 순이익을 납품가 인하를 통해 모회사로 이전시킨 결과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된다. 대기업들이 순이익의 5% 정도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순순히 내놓고 뒤에서 하청업체들에 어떤 행위를 하게 될지 두렵다. 하청업체가 어려워지면 거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생활은 더 비참해지게 된다. 경제학에 있어 합성의 오류는 그 피해가 반드시 당사자에게 돌아간다고 적시하고 있다. 취지가 좋다고 정답은 아니다. 진보학자 출신인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25일 여성경영자총협회 조찬강연에서 "사회공헌기금 문제는 임단협 대상이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의 언급을 뒤집는 것이다. 하지만 김장관이 뒤늦게 나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수습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입력시간 : 2004-05-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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