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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수출이 힘이다] (2) 꺼지지 않는 불꽃 '조선 한국'
납품일 맞추려 건조설비 확충 "글로벌 침체는 딴나라 이야기"국내 '빅3' 3∼4년치 물량 확보…매달 5∼10척 제작해야세계점유율 41% 글로벌 맹주 "이젠 고부가 선박에 주력"
김민형 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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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업종별 수출 1위에 오른 조선업계가 범용선박보다는 고부가가치 해양제품 분야에 주력해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임직원들이 척당 5,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반잠수식 시추선을 초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건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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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한시간 만에 도착한 거제도. 벚꽃이 활짝 핀 도로는 봄기운이 완연했다. 푸른 바다와 하늘빛 덕분에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해안도로를 20분가량 달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다다랐다. 순식간에 별천지가 펼쳐졌다.
‘걸리버의 장난감’ 같은 900톤급 크레인 세 대가 쉴 새 없이 LNG선과 초대형 유조선 등을 동시에 건조하고 있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품들이 야드 위에 놓여 있었고 언뜻 봐도 수백명은 될 듯한 내외국인들은 수시로 현장회의를 하고 용접도 하면서 건조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걸리버가 타고 갈 거대한 배를 만들고 있는 느낌이랄까.
김형식 대우조선해양 차장은 “현재 총 6개 독에서 각 두 척 이상의 배가 동시에 건조되고 있으며 생산량 확대를 위해 조만간 독 한 개를 추가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총 55척의 배를 건조했지만 올해는 75척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선주사에서 파견한 상주 감독관만도 1,000여명에 이르러 조선소 내에서는 영어가 공용화될 정도”라며 “외국인들을 위한 주택임대업과 식당 등이 옥포 시내의 유망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드릴십 분야에도 진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주가 급감한 일반선박 대신 고유가에 힘입어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에 주력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총 11척의 드릴십을 수주했으며 지난 2월26일 1호선의 성공적인 건조를 마쳐 생산에도 탄력이 붙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고 있는 드릴십은 트랜스오션사에서 수주한 것으로 정전이 발생했을 때 40초 만에 자동으로 복구되는 무정전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탑재되는 차세대 드릴십이다.
현장 드릴십 제작팀에서 근무하면서 태양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인 유한덕 해양CM팀 차장은 “선주의 요청으로 새롭게 적용되는 첨단기술이 워낙 많다 보니 그동안 건조했던 선박들보다 훨씬 힘이 든다”면서도 “1호선을 인도할 때는 마치 딸을 시집 보내는 것처럼 시원섭섭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맹주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선박발주가 뚝 끊기면서 그야말로 ‘수주 사막’ 한가운데 서 있다. 하지만 대형 조선업체들은 이미 3~4년치 물량을 미리 확보했기 때문에 조선소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히려 늘어난 생산물량을 제때 납품하기 위해 설비를 확대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올해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 등 빅3가 인도해야 할 선박은 각각 119척, 75척, 63척으로 지난해보다 20~40%가량 늘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매달 5~10척가량을 동시에 제작, 선주사에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사는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설비를 확장하는 등 생산력 증대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만간 세계 최초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 설비(FPSO) 전용 독인 ‘10독’을 건설할 계획이고 대우조선해양은 새로운 드라이독을 도입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8,000억원가량을 투자해 블록공장 및 크레인 등 설비보강에 나선다. 전세계 산업계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조선소 현장만은 예외인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몇년간 급성장하며 우리나라 수출을 선도하는 대표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431억5,7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해 국내 수출액의 10.2%를 차지하면서 자동차ㆍ전자 등을 제치고 업종별 수출액 1위에 올랐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약 544억원어치를 수출할 전망이어서 올해도 수출 선두자리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업은 질적인 면에서도 매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적인 조선업종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1996년 국내 조선업의 세계 수주시장 점유율은 19.6%에 그쳤지만 매년 시장점유율 높여 지난해에는 41.1%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몇년 전부터는 범용선인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보다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선, 초대형 유조선, 반잠수식 해양시추선, 드릴십 등에 집중하면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한종협 조선공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은 “국내 조선업계는 설계ㆍ제작ㆍ시공 등에 이르기까지 기술 및 설비규모면에서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이 국가적인 지원책에 힘입어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해양제품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는 아직도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가 맹주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최첨단 설계 분야 기술개발과 더불어 조선기자재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주감소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해 중국ㆍ일본 등의 조선업체들과 기술적 차이를 더욱 벌려야 한다”며 “특히 중소기업 중심인 조선기자재 분야의 경우 대형 조선업체들의 지원은 물론 정부 차원의 육성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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