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자자 우롱하는 쇼핑몰

“오늘 빌딩 외부를 철거한다고 해 놓고는 또 연기입니까! 회장이 약속해 놓고 정말 못 믿겠군요” “정말 기다림에 지치는군요. 투자자 여러분 어떠한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동대문 G쇼핑몰에 상가를 분양 받은 투자자들이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개설한 한 인터넷 카페에 올려 놓은 글들이다. 이 카페에 가입된 회원수는 696명에 이르고 회사를 비난하는 수십 건의 글들이 게시판을 도배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회사 회장이 지난 3일 투자자 대표들에게 `5월 13, 14일에는 건물 철수 작업에 들어 가겠다`고 장담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jingab kim`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투자자는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이번에 약속 이행이 안 될 때는 우리들의 단체행동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보시죠!”라고 적고 있다. 아이디 `검은고양이`를 사용하는 또 다른 투자자는 자금집행 내역, 시공사 선정 문제 등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실 이 업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회사였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분양에 성공하면서 업계 기린아로 등장, 현재 상가 분양 계약자가 5,000여명에 달하고 투자자 계약금 및 중도금이 총 3,476억원이나 들어 갔다. 그러나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시중에 돈줄이 마른 이후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이 회사는 당초 올해 1월 중순에 쇼핑몰이 들어설 자리에 있는 낡은 건물을 철거 했어야 했으나 5월 중순인데도 수수방관만 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물론 회사 측도 할 말은 있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건물 철거 미착수를 이유로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아 자금이 부족하다”며 “철거해야 할 빌딩에 200억원 가량의 근저당이 잡혀 있어 다소 늦춰지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투자 자금을 백방으로 찾고 있어 조만간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무려 3,4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현금이 유입됐는데도 단돈(?) 200억원이 없어서 건물을 철거 하지 못한다는 변명에 실소를 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쇼핑몰과 테마 상가들의 분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쇼핑몰 분양에 잡음이 없는지 행정 당국의 견제와 감시가 요구되는 때다. <안길수기자(생활산업부)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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