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치솟는 미국 식탁물가… 고민 커지는 연준

서부 가뭄·돼지 설사병 등 악재… 돼지갈비 12%·과일값 7.3% 급등

올 상승률 최대 3.5% 달할듯

"일시적 공급부족 영향" 분석 속 연준 내서도 "진짜 인플레 신호"

기준금리 조기인상 목소리 나와


미국의 식탁물가 상승세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축산물 주요 산지인 서부의 전례 없는 가뭄에다 돼지 설사병, 오렌지 및 감귤나무 전염병 등 미국 내부의 악재가 겹친 가운데 지구촌에 이상기후까지 닥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미 쇠고기와 돼지갈비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10.4%, 12.7% 급등했다. 5월 돼지고기와 베이컨 가격은 한달 만에 각각 2.4%, 5.1%나 상승했다. 또 오렌지 가격이 1년 전보다 17.1% 오르는 등 신선과일류 값도 7.3% 상승했다. 그 여파로 6월 식료품점 판매 가격도 2.7% 올랐다.

일부 식료품 가격의 급등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보다 일시적 공급부족의 영향이 크다. 주요 농축산물 공급지역인 오클라호마나 텍사스·캘리포니아·플로리다 지역에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전염병이 돌았기 때문이다. 가뭄의 여파로 방목지가 고갈되면서 미국 내 소의 수는 195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돼지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설사병이 확산되면서 양돈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고 플로리다에서는 오렌지와 감귤나무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


이처럼 농축산물 생산지의 피해가 커지면서 올해 안으로 이들 식료품 가격이 안정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미 농무부는 올해 미 소고기 가격 상승률이 5.5~6.5%로 지난해 2.0%의 3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돼지고기와 신선과일도 각각 3~4%, 5~6% 오르며 지난해 0.9%, 2.0%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농무부는 올해 전체 식료품 가격 상승률도 2.5~3.5%로 지난해 1.4%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1.5~1.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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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이상기후도 미 식료품 가격에 악재다. 미 기상청은 올해 안에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80%로 보고 있다.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경우 캘리포니아 지역에 큰비가 내리면서 가뭄해갈에 도움을 주겠지만 농업지역인 센트럴밸리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중남미나 동남아 지역의 가뭄이나 홍수로 농산물 수입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세계 원두의 33%를 생산하는 브라질이 수십년 만의 가뭄으로 원두 생산량이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들어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이 90%나 폭등했다. 또 브라질과 인도의 사탕수수 생산량 감소 전망으로 설탕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이 같은 식탁물가 상승에 연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저소득층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준이 통화완화 정책을 조기에 거둘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지난달 18일 재닛 옐런 의장은 5월 물가 상승률이 2.1%를 기록하며 연준 목표치인 2.0%를 웃돈 데 대해 "일시적 요인 때문에 잡음이 나타났다"며 지속 가능성을 일축했다.

실제 아직은 일부 식료품 가격 오름세가 다른 부분으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5월 현재 시리얼과 야채 가격의 1년간 상승률은 각각 0.1%, 0.5%에 불과하다. 식료품발 인플레이션의 첫 징후인 식당들의 평균 음식 가격 상승률도 2.2%에 그쳤다.

하지만 연준 내에서도 미국 경제가 '진짜' 인플레이션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조기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최근 수개월 동안의 인플레이션 지표 움직임을 잡음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물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이라고 옐런 의장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WSJ는 "연준이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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