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수회복 안되면 더블딥 우려"

■美 경기순환조사연구소(ECRI) 한국경제 전망<br>'버팀목' 수출 증가세 하반기 둔화 예상<br>"올들어 성장속도 다시 꺾일듯" 진단

미국의 저명한 경기예측기관인 경기순환연구소(ECRI)가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경제는 갈림길에 서 있다(fork in the road)”고 진단했다. ECRI의 한국 보고서 내용은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소비가 완연하게 살아나지 않는다면 또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double dip)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ECRI는 지난해 한국의 선행 및 동행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경제가 지난 80년, 97년에 이어 세번째로 경기침체(recession)에 돌입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ECRI는 지난해 초 시작된 경기침체가 짧고 완만하게 지나가 하반기에 회복됐지만 올들어 한국경제의 성장속도가 다시 꺾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ECRI는 일단 2003년 경기침체의 주 원인인 소비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소비회복력이 미미하고 수출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연구소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2001년 미국ㆍ일본ㆍ독일 등은 동시다발적인 침체 시기에도 신용카드 사용확대에 따른 내수 활성화로 이 같은 침체기를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신용카드 거품이 꺼지면서 2002년 하반기부터 내수가 급격히 하강세로 진입했으나 운 좋게 미국ㆍ일본 등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호황세로 3.1%의 GDP 성장률을 달성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계경기가 점차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Pillar)인 수출도 올 하반기부터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수출 하향세를 보완할 만큼 내수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을 경우 이번에야말로 본격적인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같은 우려는 최근 한국은행ㆍ국회 등의 자료 등을 통해서도 제기되고 있는 추세여서 하반기 더블딥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하반기 수출액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증가율은 20%대 이하로 점점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달 중순 ‘경제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수부진의 장기화로 가계 및 기업의 체감경기 위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정부 관련 기관의 전망치(5.2%)보다는 낮은 4.7% 경제성장률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예산정책처는 “올 5월 이후 수출증가세 둔화와 내수회복 지연으로 재차 하강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더블딥의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보고서에서는 신용카드 대란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침체, 10ㆍ29부동산시장안정대책 등 각종 정부 정책이 2002년 이후의 경기침체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는 “지금 한국은 (더블딥이냐, 회복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경제성장률 회복 정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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