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브로너스가 한국의 유기농 바디·헤어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겠습니다."
미국 유기농 스킨케어 1위 브랜드인 닥터브로너스가 국내 시장에서 유기농 혁신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일 도곡동 본사에서 만난 이정섭(45·사진) 닥터브로너스 코리아 대표는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미국 농무부 유기농 인증(USDA)을 받은 156년 전통의 유기농 스킨, 바디케어 브랜드"라며 "USDA의 기준에 따라 최소 3년 이상 화학적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된 유기농 원료를 95% 이상 사용한다"고 자신했다. 국내 일반 화장품들이 95% 이상 천연유래 원료, 10% 이상 유기농 성분을 만족하면 모두 유기농 제품으로 인정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고, 누구보다 엄격하게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푸(No Shampoo)'다. 올 상반기 샴푸 없이 물로만 머리를 감는 '노푸 열풍'이 불었다. 노푸를 하다 보면 두피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면서 탈모에 효과적이며 건강한 머릿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다시 지루성 두피염이 등장해 물 세탁 대신 저자극으로 두피와 모발을 보호할 수 있는 유기농 제품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이 때 단연 소비자의 주목을 끈 제품이 닥터브로너스였다. 유기농 샴푸를 통해 노푸의 부작용에서도 벗어나고 본연의 두피와 모발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닥터브로너스 마니아가 급증한 것이다.
2005년 코오롱이 수입했다가 시장이 무르익지 않아 철수한 바 있는 닥터브로너스는 새 주인 이 대표를 만나 2008년 한국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 시행과 함께 한국에 컴백, 국내에 유기농 화장품 시장을 열었다. 최근 5년간 수입 브랜드가 고전하는 사이 닥터브로너스는 무려 340% 급성장했다. 이 대표는 "화학 성분에 노출돼 몸이 아픈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닥터브로너스 제품을 써보고 회사로 연락하거나 지방에서 올라오는 고객도 있을 만큼 피부 자생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에코'가 화두가 되면서 고객 의식 변화, 동물 실험 반대, 공정 무역에 대한 관심 등 사회적 환경 덕분에 닥터브로너스의 강점이 점차 부각됐다. 이 대표는 "주 유통채널인 CJ올리브영에서 유기농 브랜드 1위를 지키고 있다"며 "2009년부터 CJ오쇼핑에서 선보였는데 단일 브랜드로는 최장수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현재 닥터브로너스가 진출한 29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수입량을 자랑하는 곳은 한국이다. 대박을 터뜨린 한국의 마케팅 노하우는 그래서 글로벌 본사의 마케팅 바이블로 통한다. 본사 측은 바디샴푸인 '샌달우드 앤 자스민 퓨어 캐스틸 솝(soap)'에 들어가는 중국산 유기농 녹차를 이 대표의 제안으로 제주 녹차로 바꿨다. 그는 "제주와 보성 농장을 다 뒤져 제주에 '백록다원'이라는 곳을 찾았고 이 곳과 미국 본사를 연결해 3년 연속 제주 녹차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뛰어난 경영감각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닥터브로너스가 만들어진 1948년 라벨 제품에서 영감을 얻어 본사 측에 오리지널 라벨을 재현한 리미티드 에디션 '골드라벨 페퍼민트 1948'을 제안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선보인 클래식과 모던이 만난 1,948개의 '페퍼민트 1948'은 두달 만에 동났다.
이처럼 한국에서 빠르게 자리잡자 글로벌 본사에서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마다 이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다. "빈부 격차가 심한 멕시코의 경우 상위 1% 마케팅에 대해 의견을 줬고 제품 패키지를 효율적으로 묶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병행 수입의 천국인 홍콩은 가격 책정 부분에서 도움을 줬지요."
닥터브로너스는 이르면 오는 6월 식용 가능한 '코코넛 오일'을 출시한다. 또 스프레이 타입의 손세정제, 무불소 치약 등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일본에서 코코넛 오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머지 않아 한국에도 열풍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