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프간 피랍자 전원 석방 합의] 2명외 추가 희생자없이 피랍자 전원 구출 성과

'테러단체와 직접 협상不可' 불문율 깬건 부담


정부는 28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 있던 19명 전원 석방에 합의, 그간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한국인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국민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정부가 쏟은 전방위 노력은 이처럼 결실을 봤지만 이들을 구하기까지 상당한 희생도 감수해야 했다. 두말할 것 없이 정부가 고 배형규 목사ㆍ심성민씨 등 2명 외의 추가 희생 없이 나머지 인질 전원을 구하게 된 것이 최대의 성과다. 비록 초기 대응체계가 완비되지 않았던 지난달 25일과 31일 배 목사와 심씨가 탈레반에 살해된 것은 씻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았지만 나머지 21명을 풀어낸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해외의 우리 국민 보호 의무를 이행키 위해 테러단체인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진행하는 등 국제 관례를 뛰어 넘어서는 노력을 펼친 결과이자 이슬람권에 대한 외교에 일천한 한계를 딛고 그나마 최선을 다한 성과로 평가 받을 전망이다. ‘탈레반측에 양보는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해온 아프간과 미국을 상대로 유연성 발휘를 촉구하고 탈레반에 대한 기타 이슬람 국가들의 영향력을 빌리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력을 확인한 것은 하나의 성과로 평가 받게 됐다. 또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들의 위험지역 여행이 돌이킬 수 없는 희생과 국력소모를 가져온다는 경각심을 심어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국민들에게 ‘재외국민 보호의무를 무작정 정부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안전을 스스로 책임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얻은 것 못지 않게 잃은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우선 테러단체와 직접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불문율을 깸으로써 국제사회의 대 테러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에 적지 않은 손상을 감수해야 했다. 비록 예정된 일이긴 하지만 탈레반과 협상의 결과로 연내 동의ㆍ다산부대 철군을 약속한 일이나 선교 금지를 약속한 것은 ‘권토중래’를 꿈꾸는 탈레반에게는 엄청난 전공(戰功)이었고 한국에는 ‘수치’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프간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한 것도 한-아프간 관계는 물론 대 서남아시아 외교 측면에서 적지 않은 손실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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