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5월28일] 38대 그룹도 부동산매각

속되게 일러 ‘알아서 긴다’는 말이 있다. 상대가 자신보다 센 것 같으면 가급적 상대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미리 상대의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걸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알아서 기는 경험과 장면을 수도 없이 해봤고 봐왔다. 알아서 기는 그 순간이야 자존심도 상하고 속도 쓰릴지 모르지만 이후가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게 된다. 처음 한번이 어렵지 자꾸 하다 보면 익숙해져 알아서 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유전개발과 행담도 개발 사업 등 최근 정치권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일련의 의혹사건에도 알아서 긴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990년 5월28일 정부의 헛기침 한번에 삼성ㆍLGㆍ현대 등 10대 재벌에 이어 통일ㆍ대림ㆍ효성ㆍ두산ㆍ코오롱ㆍ동부 등 은행여신관리를 받고 있는 38대 그룹도 비업무용 및 불요불급한 업무용 부동산 1,566만평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38대 재벌그룹의 전체 보유 부동산 9,560만여평의 16.4%로 당초 예상했던 7~10%를 훨씬 웃도는 규모였다. 정부의 부동산투기척결의지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파생될 정치ㆍ경제ㆍ사회적 불이익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룹별 매각예정 부동산은 통일그룹이 450만여평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대성산업 220만여평, 동양화학그룹 147만여평, 두산그룹 95만여평, 한라그룹 94만여평, 코오롱그룹 62만여평, 우성건설 59만9,000여평 등이었다 10대 그룹에 이어 은행여신관리를 받고 있는 38대 그룹도 부동산매각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48대 재벌그룹의 부동산매각작업은 일단 마무리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을 투기꾼으로만 몰아붙이면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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