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이 흉기에 찔려 피살되는가 하면 음주측정 중인 의경이 도주 차량에 매달려 끌려가다 다치는 공권력 훼손 사건이 잇따르고있다.
매일밤 일선 지구대에서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다른 업무를보지 못하는 등 공권력을 대변하는 경찰력이 더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조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더 엄격하고 정당한 법집행을 통해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대국민 신뢰와 친화력을 높여 공권력 행사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 순응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공권력 추락 어디까지
지난 1일 오후 9시30분께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모카페에서 폭행 용의자 이학만(35)을 검거하려던 심재호 경사, 이재현 순경이 흉기에찔려 숨졌다.
같은 날 오후 10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일원동 도로에서는 음주측정 중인 의경이도주하는 승합차에 매달려 100m 가량 끌려가다 떨어져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충북 제천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게 된 운전자가 자신의 승용차로 파출소를 들이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술에 취해 지구대 등에서 난동을 피우는 사건도 계속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공개한 `음주소란자 보호방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전국 순찰지구대 및 치안센터 2천945곳에서 처리한 사건 15만2천550건중 음주자 처리가 3만2천103건으로 21.4%를 차지했다.
상황이 극에 이르자 경찰은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토대로 음주소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일선서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경찰 한명이 나가서 10명을 잡아왔는데 이제는 한명을 잡으러 경찰 10명이 출동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경찰을 너무 우습게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탄했다.
◆ 공권력 강화 방책 있나
전문가들은 우선 엄격한 법집행과 엄중한 처벌에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밤만 되면 순찰지구대에서 술취한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는 것에 대해 서울 일선경찰서의 한 형사과장은 "엄중 처벌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술먹고 한 일인데 뭐그러냐'는 등 음주자에게 너무 관대하다"며 의식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만 흉기에 찔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도 다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어야 범죄가 함부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한번 깨진 창문은 걷잡을 수가 없다는 `깨진 창문' 이론을 소개하며 공권력 추락의 원인이 `국민의 준법의식 추락'에 있다고 지적한 뒤 "공권력 확립을 위해서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찰은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 국민에게 권위와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대국민 친화력을 높여 경찰의 법 집행에 대한 자발적 순응을 이끌어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민의 자발적 순응을 위해서는 경찰이 정책 집행 과정에서 주민의참여를 유도하고 주민의 사회 상담자 역할을 하며 주말 야외활동 등을 통해 주민과친해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