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 교육개혁은 없었다." 지난 1972년부터 1991년까지 무려 20년간 핀란드 교육개혁을 주도한 장본인, 에르끼 아호(Erkki Ahoㆍ사진)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은 "핀란드 교육 역사에 있어 기존 제도를 갈아 엎은 뒤 새 제도를 시행하는 '개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옛 제도 위에 새로운 시도를 한걸음 한걸음(step by step) 쌓아 올린 것이지 하루 아침에 전혀 새로운 제도를 들여와 교육 자체를 탈바꿈 시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던진 이 한마디는 정권과 교육 수장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제도 역시 극에서 극으로 변하는 한국 교육에 대한 충고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가 바뀌었다고 해서 교육의 잣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오늘날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선진사례로 배우고자 하는 핀란드 교육 개혁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아호 전 청장의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가 꼽은 가장 중요한 비결은 '의지.' 그는 "정책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와 정책을 일관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또 "국가와 지방, 지역사회와 학교 차원에서 개혁을 추진하면서 일관성 있게 목표를 지켜왔다"며 "오랜 기간 급격한 변화보다는 전통과 혁신을 함께 추진해 왔다는 점,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학교의 자율성을 충분히 존중해 주었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에르끼 아호의 핀란드 교육개혁 보고서'라는 제목의 그의 저서가 출판됐을 정도로 '핀란드 교육 개혁의 대표 인물'로 알려진 그는 그러나"핀란드 방식의 교육 (개혁)정책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핀란드의 교육 방식이 주목을 받은 뒤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핀란드 교육현장을 방문하고 교육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 한다"며 "대부분 핀란드 교육 정책의 긴 역사가 아닌 현재의 모습에만 주력하는데, 좋은 교육을 위한 토대는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에 걸쳐서 꾸준히 마련되어온 것이고 오늘날의 좋은 결과는 그처럼 오랜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오랜 기간 동안 핀란드가 어떤 하나의 목표로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가를 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교육 역사와 문화에 맞는 목표를 장기간 지속 가능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