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 中 日 바둑 영웅전] 맥점에 걸려들다

제3보(37~50)



이세돌이 선택한 착점은 흑37이었다. 쟁탈의 급소에 해당하는 엄청나게 큰 곳이었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었다. 백의 다음 착점인 38이 더 빛나는 한수였기 때문이다. 소년 강자 김지석4단은 참고도1의 흑1을 ‘이 한 수’라고 단언했다. 백은 2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 3으로 뻗으면 행마의 리듬이 멋지게 살아난다. 백이 4로 도망치면 그때 비로소 흑5로 잡는다. 이 즐거운 코스를 선택하지 않은 실수는 매우 비극적인 결말로 나타났으니…. 악수는 악수를 부르고 완착은 완착을 부른다. 흑39 역시 정체불명의 수였다. 백을 공격하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백46까지 되고 보니 흑39는 백대마에 대하여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흑39로는 참고도2의 흑1에 지키는 것이 차라리 실속 있는 착상이었을 것이다. “그 코스 역시 흑이 좋지는 않아요. 다만 실전보보다 조금 나았을 거라는 얘기지요.”(최철한) 참고도2의 흑1이면 백은 2로 하나 눌러놓고 백4로 나가 끊는다. 흑은 분단된 상변의 흑4점을 수습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백은 이미 틀을 갖춘 상태이므로 여유만만의 입장이다. 흑49를 보고 목소리 큰 김성룡9단이 비명을 질렀다. “뭐야. 무슨 깡다구로 거길 바로 막는 거야!” 노타임으로 놓이는 박영훈의 백50. 맥의 백과사전에 나오는 전형적인 맥점에 천하의 이세돌이 걸려들었다. 사고 발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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