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처음 상생협력 정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동반성장을 대기업이 무조건 지원하는 사회공헌처럼 생각하는 협력사가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의 동반성장 목표는 협력사의 자생력 강화입니다. 동반성장을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문화로 만들어 협력사들이 중견기업으로까지 성장토록 할 생각입니다."
여호철(사진) SK텔레콤 SCM 실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동반성장의 대표적 대기업인 SK텔레콤의 상생 노하우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융합이 화두가 되면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시기에 동반성장을 통한 건전한 생태계 조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여 실장은 대·중소기업의 이해관계에서 올바른 절충점을 찾고 이를 통해 얻은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용'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SK텔레콤은 현재 대기업으로는 드물게 모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납품대금 100%를 평균 9일 이내에 현금으로만 지급한다. 또 납품단가 인상요청도 99%를 반영하고 있다.
여 실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많은 대기업이 협력사와 거래할 때 어음 결제 방식을 쓰는 데 SK텔레콤은 오직 대기업과 거래할 때만 어음을 쓴다"고 귀뜸했다.
SK텔레콤은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기 한참 전인 지난 2003년부터 전담조직을 운영하며 상생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1,650억원의 동반성장펀드와 1,0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사모펀드를 통한 협력사 금융 지원을 비롯해 협력사 임직원 1,000 명을 대상으로 복지포인트·자녀 장학금 지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 중소기업 자생력 증진을 위해 기업 기본 교육과 마케팅·재무·법무 온·오프라인 교육, 최고경영자(CEO) 세미나·MBA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형 해외 전시회에 협력사들을 무료로 데려가고 SK텔레콤 연구시설과 기술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SK텔레콤과 협력사들의 거래금액 규모가 전년 대비 44.7%나 증가했다.
여 실장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 비결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뒷받침을 꼽았다. 그는 그러면서 "강한 중소기업을 파트너로 삼아 함께 성장하는 상생 관계를 잘 정립해야 대기업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30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대상 기업 112개사 가운데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19개로, 그 중에서도 3년 이상 연속으로 받은 기업은 SK텔레콤을 비롯해 5개에 불과하다. 동반성장지수가 하청업체를 여러 개 거느린 제조업체에 대한 평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감안하면 서비스 회사인 SK텔레콤의 선전은 단연 눈에 띈다. 지난 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모범 사례 7개 기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여 실장은 "모든 대기업이 상생을 경영 이념에 두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지난해 경우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SK텔레콤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1만8,000여 명이 참여토록 유도했는데 앞으로도 협력사가 스스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