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동부 '차환발행' 빨간불.. 채권단 일부 지원 유보

"패키지값 수용하라" 최후 통첩

다음달 초에 만기 도래하는 총 700억원 규모의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발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채권단이 포스코의 동부 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 당진) 인수에 대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지원이 어렵다면서 차환 심사 자체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이는 동부그룹이 포스코 측의 패키지 가격을 받아들이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 성격으로 해석되며 차환발행이 거부될 경우 동부그룹의 유동성은 급격히 악화돼 추가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24일로 예정됐던 동부제철 회사채 만기지원을 위한 차환발행심사위원회가 채권단 합의 미비로 돌연 연기됐다

동부제철 회사채는 총 700억원 규모로 차심위가 동부의 자구계획을 심사해 지원을 승인하면 동부제철은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이 채권의 표면금리는 8.40%에 달한다.

당초 계획안에 따르면 700억원 중 200억원은 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차환 발행하며 동부제철은 100억원만 준비하면 된다.

차환발행 심사 대상인 500억원 가운데 20%만 상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400억원의 회사채는 채권은행(30%)과 신용보증기금(60%), 금융투자 업계(10%)가 나눠 인수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채권단이 동부의 자구계획 이행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차환발행 일정이 돌연 미뤄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신용보증기금이 포스코의 동부 패키지 인수에 대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 차환발행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차심위가 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업계에서는 이 같은 채권단의 태도변화를 포스코의 동부 패키지 인수 성사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13.29%)을 담보로 잡기 위한 채권단의 고강도 압박으로 보고 있다.

동부그룹과 채권단은 최근까지도 자구계획 이행방법을 놓고 끊임없이 충돌했으며 최근에는 김 회장의 사재출연 방식을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동부그룹은 4월 김 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 동부화재 지분(6.93%) 담보를 풀어 이를 계열사인 동부인베스트먼트(DBI)에 투입하겠다고 했으나 채권단은 DBI가 김 회장이 100% 보유한 사실상의 개인회사라며 기존 방침대로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의 동부 패키지 인수 여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만약 딜이 삐걱거리고 채권단마저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발행을 끝내 거부할 경우 동부제철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동부제철의 총 차입금은 2조3,000억원으로 시장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동부그룹이 위기에 몰릴 경우 채권단이 요구하는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분의 가치는 약 3,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동부제철의 회사채 차환발행이 안 된다면 채권은행들의 주도로 또다시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2~3일 안에 동부그룹과 채권단 간 극적 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금융당국과 채권단 역시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측이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열쇠는 포스코가 쥐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결국 포스코의 동부 패키지 인수가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며 "앞으로 2~3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부그룹 자구계획 방안 중 하나인 동부하이텍 매각입찰에는 총 3개의 외국계 회사가 들어온 가운데 2004년 하이닉스에서 분사된 매그나칩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미국 애비뉴캐피털이 대주주로 있는 매그나칩은 국내에서 반도체 제조 서비스(파운드리)와 특수 기술공정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본이 매그나칩의 대주주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운영인력이 한국인인데다 국내 사업을 기반으로 해 동부하이텍을 인수해도 외국으로의 기술유출 등 심각한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