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BoA메리린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경제가 지난 1990년대 일본의 위기상황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뒤 금융권 부채 증가로 결국 중국 정부의 재정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는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느슨한 통화정책과 부동산 지원정책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의 부채 증가는 중국 정부의 재정에도 큰 영향을 주는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는 국내총생산(GDP) 관련 차트와 통화량, 환율, 실질이자율, 토지와 건물 가격 등의 차트를 중국은 2014년, 일본은 1992년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이 결과 GDP의 경우 과거 30년간 중국과 일본의 성장 패턴이 유사했고 부동산도 기준시점으로부터 과거 6~9년간의 동향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FT는 "중국 정부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 시스템의 부실채권을 허용하고 미니 경기부양책으로 자극을 주고 있지만 확산되는 위기상황으로 일본과 마찬가지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국 경제에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 운용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 9~10일 톈진에서 개최된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리커창 총리는 경기하강 압박에도 통화를 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제조업경기 하락으로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금리인하설을 일축한 셈이다. 리 총리는 "중국은 지난해 이후 경기부양보다 경제 구조조정 정책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시장에 이미 많은 통화가 풀려 있기 때문에 통화량 증가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8월 말 통화량(M2) 역시 12.8% 증가에 그쳐 정부의 통제범위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 총리가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류셩쥔 국제금융연구원 수석 부원장은 "리 총리가 세부 정책단계를 말하지 않고 기존의 개혁정책을 설명하는 데 그쳐 실망했다"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8월까지 970만명의 신규 취업자를 만들어내며 실업률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원장은 리 총리가 중국 경제의 진짜 위기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진짜 위험은 부동산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그림자금융 시스템의 위기가 실물경제에 전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