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최근의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달러화가 경제 기초여건(fundamentals)에 비해 아직 고평가돼 있다는 게 그 근거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이먼 존슨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는 여전히 고평가돼 있어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의 달러 약세는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다른 통화가 이에 맞춰 재조정된다면 글로벌 경제 균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의 파운드화 역시 고평가돼 있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반면 엔화와 위안화는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20일 물러나는 로드리고 라토 IMF 총재도 지난 15일 달러화가 과대평가돼 추가로 평가절하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 정기총회(20∼22일)를 앞두고 “IMF는 환율의 중기 전망을 하면서 여전히 미 달러화가 과대평가돼 있다고 봤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달러의 추가 평가절하 여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IMF의 인식은 19일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프랑스 등 유로존 국가들의 의견과 상반된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국가는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유로화의 상대적인 상승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는 지난주 발간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도 “유로화는 유로존 국가들의 중장기 펀더멘털과 일치하는 범위 안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입장을 취했다. 다만 이 보고서는 현재의 달러 약세가 엄청난 규모의 세계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위안화와 관련해서도 환율 유연성을 확대해야 하며 이것이 곧 중국에 이익이 되며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과 미국은 위안화 약세가 무역 불균형을 확대하는 주범이라며 강도 높은 환율 절상을 요구해왔다. 달러화는 17일 미국 주택경기지수가 1993년 이래 최악이라는 발표로 인해 유로화에 대해 0.3% 더 떨어져 1.4210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8월 중순에 비해 5.3% 더 빠진 것이며 올초에 비해서는 6.8% 하락한 것이다. 나아가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무려 16.7%나 폭락한 것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미 달러화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현 단계에서 미 달러 약세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미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근거로 달러 약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미 금리인하 가능성이 예전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선까지 올라서고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은 경제 주체들의 비용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50bp 금리인하 이후 달러 약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