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에 인수되는 하이닉스가 'SK그룹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하이닉스 사내이사로 추천되면서 하이닉스에 대한 본격적인 책임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최 회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곳은 지주회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등 2곳뿐으로, 그만큼 반도체업종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작년 11월 하이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로 재편돼야 한다"며 "제때 적정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밝혀 선도적인 대규모 투자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올해 하이닉스 시설투자에 4조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작년의 3조5,000억원보다 20% 늘어난 규모다. 낸드플래시 부문에 2조1,0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연간 투자액의 절반 이상이 낸드플래시 부문에 투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낸드플래시는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면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다.
채권단 관리아래 하이닉스가 반도체 유행 변화에 뒤처진다며 가장 아쉬워했던 분야가 바로 낸드플래시였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이 인수에 공식 참여한 11월 초부터 하이닉스는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 탓에 하이닉스는 작년 3분기와 4분기 2분기째 영업손실을 보긴 했지만 그 규모는 크게 줄었다. 3분기 2천770억원에서 4분기 1천670억원으로 39% 감소했다. 2분기 연속 적자를 보였지만 작년 전체로는 10조3,960억원의 매출과 3,2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불황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방한 영업 실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후발 경쟁업체인 난야칩은 1조2,500억원, 이노테라는 7,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냈고 엘피다와 파워칩도 5,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실제 현장에서 녹아들 수 있도록 우수 인재들의 채용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외부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때맞춰 투자 비중을 높인 낸드플래시가 단기는 물론 장기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4분기 말 반도체 시장의 D램 재고량이 소진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보충할 조짐도 보이고 있어 하이닉스의 공급처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바일 통신의 선두주자인 SK텔레콤과 결합하면서 파생될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진출 기회도 열려 있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SK그룹과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시장환경의 긍정적 변화 덕에 올해는 하이닉스의 흑자전환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