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분열의 역사 종지부 찍자"

■대국민 메시지 뭘 담았나

노무현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 대국민 메시지는 무엇보다 ‘국민의 강한 자신감 회복’이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희망과 자신감에 있는 만큼 지나친 비관과 불안감을 털어버리자고 제안했다. 또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반민족 친일행위 및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와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경제난 극복을 위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처방전을 내놓지는 못했다. 또 중국ㆍ일본의 고대 역사왜곡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 없이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근ㆍ현대사 진상규명에만 초점을 맞췄다. 바로 이 때문에 벌써부터 과거사 문제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경제 희망ㆍ자신감 갖자”=노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라면서 민족의 저력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의 미래는 밝게 보고 일본의 현재도 높이 평가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작금의 경제난은 정부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구체적인 해법을 축사에 담지는 않았다. 이는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경제민생점검회의’의 주재를 지시하는 등 분권형 행정혁신에 나선 만큼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에서 역할을 제한한 탓도 있는 것 같다. 때문에 17일로 예정된 이 총리 주재의 고위 당정회의가 경제와 관련해서 어떤 후속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또 이날 정경유착과 불공정거래, 독점의 횡포를 근절,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밝혀 경제ㆍ사회구조적 개혁은 일관되게 추진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분열역사 종지부 찍자”=노 대통령은 이날 친일행위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의 포괄적 해결에 주안점을 뒀다. 그 이면에는 단순한 과거사 규명이 아니라 과거사 정리를 통해 국민적 화합과 통합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과거처럼 변방의 역사에 머물지 않고 세계 역사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친일과 항일, 좌우 대립, 독재와 민주세력간에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대결의 시대가 오랫동안 계속됐다”며 과거사 문제에 연설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분열과 반목도 굴절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제 이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포괄적인 과거사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국회 내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설치 제의와 함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고백할 일이 있는 국가기관은 자발적으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해당 국가기관으로는 국정원과 국방ㆍ행자ㆍ법무부와 경찰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초 경축사에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精國) 신사 참배 등 민감한 외교현안에 대한 입장표명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이와 관련, 이병완 홍보수석 등 핵심 참모진들이 “민감한 외교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소망스럽지 않다”는 건의를 했고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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