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방안이 구체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조세연구원이 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을 일감을 몰아 받은 계열사의 지분을 3~5% 이상 소유한 기업의 오너 일가(배우자 및 친족 포함)로 정하고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한 경우로 잡았다. 구체적인 세목으로는 주식가치 증가분과 영업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 영업이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수혜기업에 대한 법인세 추가 과세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증여세 및 상속세를 피해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과세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와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과세가 시행될 경우 조세저항뿐 아니라 위헌 및 행정소송 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일감을 몰아 받은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가정하고 증여세를 물리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주가가 올라도 팔지 않는다면 실현되지 않은 이득이다.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또 다른 허점은 주가상승이 일감 몰아주기의 결과인지, 다른 변수에 따른 것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주가상승에 대해 세금을 물린다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세금환급 요구도 나올 수 있다. 영업이익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도 물량 몰아주기와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배당소득세 부과도 논란거리다. 일감 몰아주기를 변칙상속으로 간주하는 것이 이번 방안의 기본 시각인데 소득세로 과세하는 것은 그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급적용까지 검토하고 있어 소급입법을 금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토대로 8월 말까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내재돼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비춰 서둘 경우 졸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