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현장] 60년 전통 밀양도자기 살리기

밀양도자기는 주방그릇인 본차이나 등의 히트에 힘입어 90년대 초·중반까지 600여명의 종업원에 연간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업체난립과 IMF(국제통화기금)한파에 따른 매출부진으로 지난해 8월 부도를 맞았다. 당시 부채규모는 금융권 43억원과 체불임금 40억원 등 83억원. 공장부지 1만평과 설비를 포함한 자산규모가 100억원대에 이르고 체불임금을 제외한 순부채가 43억원에 불과해 회생가능성이 높았다.이 때문에 이 회사 100여명의 종업원들은 부도직후 종업원 명의로 회사영업권을 양도받고 회사살리기에 나섰다. 채권은행에게 압류된 설비를 사용하게 해 달라며 읍소했고 직접 거리로 나가 도자기를 판매해 올린 대금과 반납한 월급으로 원자재를 조달했다. 또 적금통장을 해지하거나 은행대출을 받아 1인당 50~100만원씩, 4,000여만원의 운전자금을 모았다. 체불임금 청산을 요구하며 공장설비에 대해 압류에 들어간 일부 퇴사자들도 끈질기게 설득했다. 판로 회복에도 나섰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을 오가며 재기노력을 알리며 거래재개를 호소했다. 이같은 노력끝에 종업원들은 지난 3월 8개월만에 다시 기계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자구노력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밀양상의와 YMCA 등 10여개 단체들이「밀양도자기사주기운동」을 벌였다. 밀양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 유선방송과 시보를 통해 밀양도자기 사주기 운동의 홍보에 열을 올렸다. 농협도 매달 격주 토요일 삼문동 둔치에서 개최하는 농산물직거래시장에 판매코너를 무상으로 열어줬다. 거래처에서도 좋은 소식이 날라왔다. 부도전 33개이던 주요 거래처중 15곳이 밀양도자기의 우수성과 전통을 믿고 납품재개를 알려왔다. 최근에는 수출주문이 들어와 스위스와 UAE에 1만5,000달러를 수출했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지난 4월 2억원의 첫 매출을 올렸다. 회사내 창고를 개조해 마련한 상설판매장에 시민들의 발이 줄을 이었다. 부도직전 3~5억원의 매출에 미치지 못하지만 급여를 전액 지급하고 체불임금도 일부 청산했다. 이달들어 추석을 앞두고 주문이 늘어나 공장가동률이 부도전의 수준까지 회복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월매출이 2~3억원이상 가능해 체불임금 조기청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무엇보다 주요 거래처인 유명백화점들이 납품을 거절하고 있어 판로개척에 애를 먹고 있다. 정태영(鄭台英·45·女)노조위원장은 『170여가지의 공정을 거칠만큼 뛰어난 밀양도자기의 명맥이 끊겨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 종업원들의 뜻』이라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꼭 재기에 성공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0527)354-3781 밀양=김광수기자K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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