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시내전화사업자 선정/데이콤 무혈입성 산 너머 산

◎삼성·현대 등 「지역분할」 주장 연합세력간 내홍/LG 경영권 장악 가능성에 참여 업체끼리 견제/한전,케이블TV망 활용 독자추진 가능성도시내전화사업자 선정에 「경합」이 있을 것인가. 정보통신부가 올 6월중 사업권을 내주는 제2시내전화사업자가 「한보사태」 속에서도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사업권 「0순위」로 공인(?)받다시피 하고 있는 데이콤이 이끌 컨소시엄에 대항군이 생길 것인가하는 점. 데이콤이 그리는 컨소시엄의 그림은 이렇다. 『한전·철도청·도로공사 등 자가통신망 보유기업, 초고속망사업을 희망하는 기업, 한국통신을 제외한 모든 기간통신사업자, 케이블TV사업자(SO), 중소·중견기업 등에 문을 활짝 개방해 1조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는 그랜드컨소시엄을 구성한다. 특히 한국통신 외에 유일하게 일반가입자에까지 연결되는 케이블TV망을 갖고 있는 한전은 반드시 필요한 기업이므로 동반자 관계로서 우대할 방침이다.』 데이콤의 그림대로 컨소시엄이 생긴다면 이에 대적할 기업은 아무곳에도 없다는게 중론이다. 있어봐야 「들러리」가 될게 뻔하다는 것. 데이콤은 이같이 원대한 구상 아래 이미 참여희망기업에 대한 접촉에 나섰다. 오는 15일 정보통신부가 허가신청요령(RFP)을 발표하면 3월25일까지 컨소시엄 구성작업을 끝내고 4월15일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는 스케줄까지 짜놓았다. 그러나 데이콤의 사업권 획득전략이 썩 순탄할 것 같지만은 않다. 시내전화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들 역시 나름대로 데이콤 못지 않게 「원대한 구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널리 알려진대로 데이콤과 LG그룹의 묘한 관계, LG를 견제하려는 삼성·현대·대우 등 그룹간의 친소·갈등과 조화의 관계 등으로 뒤엉켜 데이콤의 꿈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우선 「지역분할경영」이 논란거리다. 데이콤은 참여희망기업과의 접촉과정에서 『지역을 분할, 주주에게 영업을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며 지역분할경영 불허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반면 삼성그룹은 데이콤 컨소시엄에 참여할 경우 구미­대구, 수원중심의 경기도 일원과 같은 광역단위의 지역영업권 확보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는 한강 이북과 경남권을 고집하며 여차하면 단독추진도 불사하겠다는 의향을 데이콤에 압박용 카드로 던지고 있는 형편. 그러나 데이콤은 『한국통신이라는 막강한 경쟁상대 앞에서 적전분열과 같은 지역분할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두고두고 연합세력들과 마찰을 빚을 전망이다. LG변수도 무시못할 잠복요인. 지난해 PCS사업권을 딴 LG그룹은 이론적으로 시내전화 컨소시엄에 10%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LG는 이미 기간통신사업자이기 때문에 제 2시내전화사업자에 참여할 경우 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삼성·현대·대우 등은 LG가 데이콤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특수한 위상 즉, LG가 상당수의 데이콤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LG가 ▲시내전화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통신사업자에 대한 동일인지분 제한이 풀려 데이콤경영권을 잡을 경우까지 상정, 「그렇게 되면 LG가 너무 커진다」는 경계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의 향배도 큰 변수. 한전은 케이블TV망이라는 절대적인 자원을 갖고 있다. 재계는 한전이 데이콤과 결별하고 재벌그룹과 함께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데이콤이 사업권 확보를 보장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 한전은 회선임대사업자인 두루넷의 2대 주주다. 지난해 온세통신 설립때 위력을 발휘한 케이블TV사업자들도 한전이 「친한전계」로 동원할 수 있는 무기다. 게다가 한전은 공기업에 대한 통신사업규제가 풀릴 경우 직접 통신사업을 하려는 야망도 감춰두고 있다. 즉 한전이 자신의 힘을 과신할 경우 「데이콤­한전」의 황금카드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새우」와도 같은 데이콤은 「고래」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컨소시엄을 띄워야 하는 정치력을 시험받게 됐다. 그렇지 못하면 제 2시내전화사업자 선정은 지난해 PCS전쟁 못지 않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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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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