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인플레에 맞서는 亞경제


아시아 국가들이 결국 인플레이션 문제 대응에 나섰다. 최근 인도는 대규모 금리 인상 등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긴축정책을 취해왔고 중국과 같은 여타 국가들은 지급준비율을 재차 인상했다. 아직 경제가 취약한 서구는 이중침체(더블딥)를 우려하고 있지만 아시아 및 대부분의 신흥경제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아시아지역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해 아시아 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다. 내수에 힘입어 소매업체와 생산업체는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했고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있었다. 임금-물가 상승 악순환 초기단계 문제는 이에 따른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황은 비록 초기 단계지만 '임금-물가 악순환(wage-price spiral)' 관계와 유사하다. 조만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통제 불가능한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필수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가계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은 식품ㆍ비료ㆍ연료 등과 같은 부문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 보조금은 일부 계층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지만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아시아 등의 많은 신흥시장국들은 국내 인플레이션 요인뿐만 아니라 자본 유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대규모 자본이 유입된 지난해의 경우 이 문제가 크게 대두됐다. 올해는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상황은 곧 바뀔 수 있다. 일부 유럽 국가의 부채위기까지 감안하면 자본이 다시 신흥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하다. 따라서 이렇게 유입된 자본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시 한번 아시아 국가들이 풀어야 할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위기상황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은 부동산이다. 해외 자본이 유입되면 적당한 투자처를 찾기 마련이고 대개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집중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아시아 부동산 가격에 대한 최근 분석은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에서는 신호등에 사용되는 녹색ㆍ황색ㆍ붉은색을 이용해 국가별 위험도를 분류했다. 싱가포르ㆍ홍콩ㆍ베이징이 '부동산 거품측정기(property bubble-o-metre)'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정책이 환율 관리에 맞춰져 있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 등이 포함된다. 중국 역시 주요 도시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이 같은 정책을 취하고 있다. 신흥시장의 중앙은행은 낮은 금리와 레버리지, 한 방향의 기대심리가 합쳐진 치명적인 조합을 피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시장을 시작으로 경제 전반에 걸쳐 발생할 것이다. 환율관리등 선제 대응 적극 나서 따라서 최근의 긴축정책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신흥시장에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가질만한 이유는 많지만 그것을 당연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기 사이클이 존재하고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 중의 하나는 고유가에 따른 경기침체다. 석유파동은 비교적 경기변동의 초기, 다시 말해 이익률이 높고 통화정책이 강화되기 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이에 대처할만한 운신의 폭이 넓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최근의 경기호조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기후퇴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유럽의 경우 지난 1970년대 초 발생한 오일쇼크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를 경험해야 했다. 아시아 경제에 대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현재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아시아 경제정책은 여기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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