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농협 증권사 인수의 교훈
고광본 기자 kbgo@sed.co.kr
지난해 초부터 증시에서 무성한 소문을 낳았던 농협의 증권사 인수합병(M&A)이 가닥을 잡았다. 농협은 세종증권과 M&A(인수합병)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인수가격 등을 정하기로 했다.
일단 농협의 실사가 끝난 뒤 인수여부가 최종 결론나겠지만 현재로선 M&A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동안 협상의 걸림돌이었던 인수가격에 대해 어느 정도 절충이 이뤄진데다 농림부에서도 ‘농업부문 지원강화’라는 조건부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에는 농협이 은행과 보험, 증권까지 포함한 종합금융그룹의 모습을 갖출 전망이어서 금융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1월 농협이 증권사 인수 검토를 밝힌 뒤 “금융사업만 강화하려 한다”는 농림부 등의 반대에 부딪쳐 번번이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협의 M&A 대상으로 5~6개의 중소형 증권사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해당 증권사 주가는 널뛰기를 거듭하곤 했다. 일부 증권사나 세력들은 아예 주가를 띄우기 위해 루머를 고의적으로 흘리며 시장의 혼선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농협으로서는 비싼 인수대가를 지불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세종증권은 최근 농협의 M&A 얘기가 나오면서 주가가 한달새 2배나 뛰었다. 세종증권 대주주로서는 상당한 매각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농협으로서는 증권사 인수가 빨라졌다면 몇백억원이면 됐으나 이제는 1,000억 정도는 줘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 됐다.
농협으로서는 이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증권사를 인수하게 된 만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일부에서는 농협이 1,000여개의 기존 점포를 활용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경우 돌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진단을 하고 있지만 금융지주사들이 4~5년이 되도록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백화점식 사업나열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농협이 어느 쪽의 길을 걸을지는 앞으로 농협이 어떤 전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추진하느냐에 달려있다.
입력시간 : 2005/12/27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