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0월 13일] 기초·원천분야 꽃 피우기

시계를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 1990년은 대형 국책연구사업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선도기술개발사업인 G7프로젝트가 시작된 해이다. '세계 7대 기술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과학기술부ㆍ산업자원부ㆍ정보통신부 등 범부처가 함께 참여하고 10년간 3조8,000억원을 투자한 대형사업이었다. 초고집적 반도체, 광대역종합정보통신망(ISDN), 고선명 TV(HDTV), 신의약·신농약, 첨단 생산시스템, 정보·전자·에너지 첨단소재 기술, 차세대 자동차기술, 신기능 생물소재 기술, 환경공학 기술, 신에너지 기술, 차세대 원자로 등 11개 분야가 핵심 선도기술 분야로 선정됐고 집중적 지원이 이루어졌다. R&D투자 기업에만 의존 한계 그 결과 1992년 우리별 1호 발사 성공으로 첫 자체 개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1994년에는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개발에 성공하면서 오늘날 이동통신 강국의 근간을 만들었다. 1995년 개발된 한국형 원전은 그로부터 15년 후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어 2000년에 시작한 21세기프론티어사업은 30조7천억 원의 직접 경제 효과, 49만 명에 이르는 고용 창출 효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20년 전에 뿌린 연구개발(R&D)의 씨앗이 오늘날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꽃을 피운 것이다. 그 중에서도 기술 개발의 밑받침이 되는 기초·원천기술 R&D는 미래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생산성 향상 및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내는 혁신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기초·원천기술 연구는 위험성이 높고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일반 기업이나 민간 연구소에서 추진하기는 어렵다. 기초ㆍ원천 분야의 R&D 투자를 기업에만 의존한다면 사회적 편익이 큰데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의 직접적인 혜택이 적기 때문에 투자가 줄어드는 시장 실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 선진국에서는 과학기술 발전전략 및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국가가 기초·원천연구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7년 『America COMPETES Act』를 제정해 에너지부(DOE) 및 과학재단(NSF) 등의 예산을 급격히 증가시켰으며 특히 연방연구기관이 연간 예산 중 고위험·고수익 기초연구 지원에 투자할 비율을 정하여 매년 의회에 보고토록 규정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고령화·핵가족화·지구온난화 등 미래 사회 변화를 분석하고 바람직한 일본의 미래사회상을 설정한 『Innovation 2025』를 수립하고 이를 위한 생명과학·정보통신 등 8대 중점 기술 분야별 기술개발 로드맵을 작성하여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기초·원천연구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7프로젝트와 21세기프론티어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국책사업 정부가 적극 나서야 특히 선진국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은 정부가 모든 연구 개발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이때 어떤 분야의 과학 기술을 키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소통과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은 장기간 온라인을 통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초유의 토론식 선정 평가를 거쳐 국민들의 여론을 폭넓게 반영하도록 하였다. 총 9년에 걸쳐 15개 연구단에 100억~300억원씩 약 2조원을 투자하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은 10년 후 먹거리가 될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시행 첫 해인 올해는 혁신형 의약바이오 컨버젼스, 탄소순환형 바이오매스 생산·전환기술, 현실과 가상의 통합을 위한 인체감응 솔루션 등 3개 연구단을 최종 선정했다. 이들 연구는 세계적으로 태동기에 있어 경쟁력이 높으나 오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꼭 필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R&D는 성장의 씨앗과 같다. 튼튼한 열매와 아름다운 꽃을 맺기 위해서는 좋은 씨앗을 심고 충분한 양분과 빛을 주어야 하듯 과학강국이라는 큰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기초·원천분야 R&D라는 씨앗을 뿌리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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