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업활력 기대속 재벌개혁엔 우려

■ '차기정부 개혁' 재계 촉각외국인 투자유치·시장경제원칙 준수 "환영" 재벌개혁을 수시로 강조해온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재계가 초긴장 상태다. 삼성ㆍLG 등 대기업들은 겉으로는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20일 노 당선자의 기자회견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며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차기 정부와 연결 가능한 인맥 찾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노 당선자가 기업활력을 키우고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재벌시스템 개혁이나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 등에 대해 기업과 시각차를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 특히 5년 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총수의 사재출연 등 각종 유무형의 압력에 시달렸던 악몽이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겉으로는 기대감 표시 재계는 노 당선자가 "재벌은 재벌이고 대기업은 대기업이며 대기업의 왕성한 경제활동은 중요하다"고 밝힌 데 대해 고무돼 있다. 따라서 막상 국정을 이끌어가면 경제인식이 더 현실화, 괴리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보다 시각차가 오히려 작은 편"이라며 "당선자가 공약대로 7%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투자를 늘리고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덕우 산학협동재단 이사장(전 국무총리)도 전경련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노 당선자가 기업활력을 살릴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고 국민 대다수가 경제우선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숱한 경쟁을 뚫고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공정경쟁을 촉진, 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경제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새 당선자가 나왔다고 자율적인 경제활동까지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속내는 좌불안석 하지만 이 같은 정치성 발언과는 달리 기업 내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노 당선자가 불합리한 재벌경제시스템 및 시장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선단식 기업경영과 재벌 계열사간 상호출자 등의 문제는 개선해나갈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 당선자가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메스를 가하려 할 경우 심각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노 당선자의 재임기간 중 3세 경영체제의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삼성ㆍ현대차그룹 등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손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선, 경영투명성 확대, 사외이사제 등 지난 5년간의 개혁정책으로 과거 재벌시스템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며 "노 당선자가 과거의 재벌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개별기업의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해서는 곤란하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 대기업의 고위임원도 "재계가 그동안 주장해온 출자총액제한 폐지나 기업집단지정제도 폐지,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등도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며 "과거 친 노동자적인 노 당선자의 성향으로 보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푸념했다. 모그룹 구조조정본부의 한 관계자도 "지금도 글로벌 기준을 무시한 각종 규제 때문에 국내기업들이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으면 짐을 싸서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내년도 경기회복을 위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설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계가 해외투자만 고집할 경우 정부와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구조조정 등 민감한 현안을 앞둔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모그룹의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 구조조정을 달성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재촉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담을 털어놓았다. LG도 내년 3월 통합지주회사 출범과정에서 소액투자자 불만 등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정부의 눈 밖에 날 수 있다고 보고 '입단속'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 당선자의 진영에 재계와 의사소통이 될 만한 인물이 드물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노 당선자가 부산상고 출신(53회)이라는 점에서 동문인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52회)과 황두열 SK㈜ 부회장(49회), 오용한 롯데월드 대표(45회), 정종순 KCC 회장(49회), 장상건 동국산업 회장(41회), 신문석 농심 부회장(42회), 김영재 한국후지필름 대표(42회), 배광우 일양익스프레스 회장(43회) 등이 주목받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워낙 친재계인사가 드문데다 갑작스레 부상하다 보니 인맥 만들기가 여의치 않다"며 "삼성ㆍ현대차 등 일부 그룹의 경우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 대선결과를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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