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주택법'을 지목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택법을 새로운 환경에 맞는 법체계가 되도록 바꿔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3년 11월부터 시행된 주택법의 근간은 1972년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 열악한 주택보급률을 시급히 높여야 한다는 시대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주택건설촉진법이 주거안정이나 주거수준 향상과 관련된 내용을 담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새롭게 주택법이 제정됐지만 그 골격은 여전히 공급 위주의 주택촉진법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법은 과거에 건설을 촉진할 필요가 있을 때 만들어진 법"이라며 "이제는 건설에서 배분과 복지 중심으로 법의 콘텐츠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 콘텐츠의 교체는 주택법을 대체할 새로운 법 제정을 의미한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법은 저소득 및 노년층의 주거 문제와 국가 전반의 주거 복지, 그리고 주택의 성능향상 등에 초점을 맞춘 주거기본법으로 축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법이 주거복지와 주택성능만을 컨트롤하게 된다면 여전히 중요한 주택 공급의 기능은 어디서 맡아야 할까. 김 연구위원은 "주택법 내에서 주택공급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국토교통부 중심의 중앙정부와 지자체로 양분하되 중앙정부는 주거복지를, 지자체는 주택 공급을 전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주택 관련 행정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넘어가는 추세이므로 지자체 중심으로 주택행정 체계를 바꿔야 한다"며 "현 주택법은 주택행정과 주거복지를 담고 있는데 이 중 주택행정에 관련된 권한과 계획을 지자체로 넘기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주택공급 역할이 지자체로 이양될 경우 법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에서 벗어나 부동산정책의 탈정치화도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기적으로는 주택법 하위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택건설촉진법을 근간으로 주택법을 제정하면서 끼워놓은 조항이 많은 탓에 법 체계가 복잡한데다 내용도 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조주현 교수는 "땅을 갖고 있는 사람도 내 땅에서 무엇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게 주택법 체계"라고 진단했다. 김태섭 실장도 "주택법을 축소하는 작업 이전에 우선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같이 복잡하고 난해한 하위 법령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수순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주택법 하위법령의 정비를 전제로 법 조항 일부를 시행령으로 전환시키는 방안도 신속한 부동산 정책 추진에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법 조항 중 일부를 차츰 시행령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책이 국회 통과를 못해 실기하거나 신뢰를 잃는 문제를 해결할 단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