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아동 많은데…" "적절한 방안" 의견도 적잖아정부가 급증하는 쌀 재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쌀을 소ㆍ돼지 등 '동물 사료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제기구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등 식량부족국가에 무상원조를 추진하는 방안도 병행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최근 '재고 쌀 처분 대책회의'를 갖고 북한에 대한 지원이 서해교전에 따라 사실상 연내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올 수확기 이전 재고 쌀의 사료 사용과 해외 무상원조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 산하 축산기술연구소는 사료의 주원료인 외국산 옥수수 대신 '벼'를 사용할 경우 영양가치 등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올 10월말 기준(수확기 직전) 쌀 재고량이 지난해보다 400만석(1석은 144kg) 가량 늘어난 1,380만석에 달해 이대로 간다면 쌀값 추가하락과 보관창고 부족 등으로 큰 혼란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농림부는 210만석(30만톤) 규모의 대북지원 등 500만석 재고 특별처분 계획을 밝혀 왔으나 현재 처분이 확정된 것은 술 원료 100만석 뿐이다.
이에 따라 400만석의 재고를 추가로 처리해야 돼 사료분은 200만~300만석 가량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아무리 쌀이 남아 돌아도 결식아동 들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쌀을 사료로 사용할 경우 농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창고에 쌓여있는 벼를 현미로 만들어 사료용으로 대체하더라도 영양도 괜찮고 사료시설을 특별히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며 "요는 정책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경남 축산기술연구소장도 "벼를 옥수수 대신 쓰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고, 아예 잎이 많은 사료용 벼를 재배하기 위한 연구도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쌀을 사료로 쓴다고 해도 색깔이 변색되고 냄새가 일부 나는 97~99년도 수매분 위주로 투입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이호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은 "대북지원과 해외지원이 여의치 않다면 오래된 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경상 농협중앙회 상무도 "옥수수를 수입대체 할 수 있고, 북한에도 남측이 다른 방법으로 재고처리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게 돼 오히려 대북 쌀 지원의 길이 트일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정부는 이밖에 해외원조와 관련, 장기저리의 현물차관방식은 미국 등 쌀 수출국의 반대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무상원조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현물차관은 어렵지만 무상원조 쪽은 길이 있으며 비용마련을 위해 기획예산처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