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과 원화ㆍ채권 가격이 모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증시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채권 가격이 동시에 약세(금리상승)를 보이면서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매물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원ㆍ달러 환율이 두달 만에 920원대로 올라서고 외환 스와프 시장에서는 달러가 부족해 한국은행이 긴급히 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처럼 국내 3대 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들이 원화자산 전반을 팔고 자금을 회수할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발 신용경색,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등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지적이다. 20일 외국인투자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11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올 들어 무려 25조원 이상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들은 11월에만도 5조8,68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장기 투자가인 미국과 영국 국적의 자금이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무려 17조원 이상 이탈한 게 주목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해외 금융기관들이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한국 등 신흥시장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뜻이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되면서 원화 값도 떨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원20전 오른 922원2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9월20일의 923원10전 이후 두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외환 스와프 시장에서는 달러화 부족사태가 벌어지면서 현ㆍ선물 환율 간 차이인 스와프 포인트가 급락한 뒤 한은의 개입으로 낙폭을 줄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6개월물 스와프 포인트는 -11원20전으로 전날의 -8원60전에 비해 2원60전 떨어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신용경색 우려와 세계증시 조정,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등으로 강한 하방경직성이 확인되며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자금시장 경색으로 스와프 포인트 급락과 환율상승이 동시에 초래됐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금리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연 5.61%로 마감하며 최고치 행진을 지속했다. 3년 및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각각 연 5.55%, 5.65%로 전날보다 0.03%포인트씩 상승했다. 이 같은 채권 가격 하락은 은행들의 수신 급감에 따른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으로 여타 채권 수요마저 위축된 데 크게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국채선물시장에서 5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누적 순매도도 2만계약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주식ㆍ채권 등 전반적인 원화 표시 자산에 외국인이 등을 돌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주식과 국채선물을 동시에 매도한 적은 드물다”라며 “엔캐리 청산 등으로 원화 자산의 변동성이 커지자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과 원화는 물론 채권도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