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 시안이 발표되고 가장 크게 지적된 문제는 고교간 학력격차 반영 허용 여부와 내신 부풀리기 논란.
시안이 나오자마자 수능 중심 전형에서 벗어나 내신 위주 전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풀어야할 과제로도 지적됐었다.
아니나 다를까 교원.학부모 단체가 일부 사립대가 고교간 격차를 전형에 반영하는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들 대학은 `선발 자율권'이라며 맞섰으나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일부 적용된 사실이 적발됐다.
대학측은 이에 대해 고교 내신 부풀리기 실태를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국정감사 과정에서 일부 자료가 공개됐다.
공방 과정에서 대학과 고교, 교원.학부모단체 등 교육계가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을 보였고 입시제도의 난맥상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결국 대학측의 고교간 학력격차 미반영 약속과 교육부의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등 3불(不) 원칙 법제화 방침 및 내신 부풀리기 방지책 마련 등으로 논란은 가라앉은 상태.
◆고교등급제 및 내신 부풀리기 방지책 = 수시1학기 전형에서 고교간 특성을 반영, 교육부로부터 `등급제 일부 적용' 판정을 받은 연세대, 이화여대, 고려대, 성균관대가 시정계획서를 냈다.
연세대는 "2학기 수시모집에서는 교육부가 실태조사에서 지적한 기초서류평가를하지 않았다"고 했고, 이화여대도 "2005학년도 수시2학기 모집에서 서류평가시 고교특성 관련 참고자료를 활용하지 않았으며 2006학년도 이후 입학전형 계획을 세울 때도 교육부 의견을 반영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도 수시1학기에 적용한 보정치 가운데 지원자 출신고교의 3년간 수능점수와 입학한 학생수를 고려한 보정치는 내년부터 적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도 매년 발표되는 `대입전형 기본계획'에 고시 또는 지침 형태로 제시돼있는 고교간 학력격차 반영 금지 조항을 고등교육법 또는 그 시행령에 법제화하기로했다.
또 상대평가가 도입되는 2008학년도 이전의 2006~2007학년도 대학입시에서의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전국 고교의 10%를 표본으로 연말까지 실태조사를 벌인 뒤내년 1월말까지 유형별로 분석해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교사, 학부모, 전문가로 대책팀을 구성해 성적관리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학교 단위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역할.기능을 강화하고 교과협의회를 통한 공동출제 및 평가의 사전.사후 검토체제를 확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원-학부모-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교육운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시.도교육청은 `학교평가 개선 장학지원단'을 운영하며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평가기준을 제대로 활용하는지 살피고 매달 1차례 실태파악을 실시해 장학지도나 학교평가에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2006학년도 대입전형부터 평어보다 석차백분율을 반영하고 동석차는 중간석차를 부여하는 등의 보완책을 활용하도록 대학에 요청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고교-대학-학부모로 구성된 교육발전협의회와 그 산하의 고교-대학 협력위원회, 학생부평가 개선위원회, 교육격차 해소위원회가 교육현안 해결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교등급제나 내신 부풀리기 없어질까 = 교육부가 예의주시하고 있고 교원.학부모단체의 감시 기능도 작용하고 있는 만큼 종전 같은 적나라한 방식의 고교등급제나 내신 부풀리기는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
고교등급제를 일부 적용한 것으로 판정받은 사립대들은 학생부 반영이나 서류평가 때 고교간 차이를 전형에 반영했고, 이들 대학은 같은 방법을 적용하지 않겠다고약속했다.
내신 부풀리기도 집중감시 대상에 오른 만큼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문제는 전국 2천여개 고교에 우수학생이 몰려 있는 특목고나 비평준화지역 우수고가 있고, 학업성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교육과정도 모두 들쭉날쭉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
이처럼 고교가 천차만별인데다 국가시험인 수능시험 성적의 변별력이 전보다 크게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대학은 끊임없이 `고교 특성'을 현실에 반영하거나 우수고교 학생을 유치하려는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으로 지적된 대학들이 교육부 시정 요구를 수용하면서도`고교간 특성'을 반영한 것을 `고교등급제'로 규정한데 대한 유감과 불만도 함께 표시한 점도 이를 반영하는 것.
따라서 고교간 격차 반영은 종전처럼 서류평가 등에 의해 `드러낸' 방식이 아니라 논술고사나 심층면접 등의 성적에 반영하는 `숨은' 방식으로 실시될 가능성이 많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형위원을 일일이 불러 조사하는 특별감사가 아니고서는 이번 실태조사와 같은피상적인 조사로는 그 실체를 볼 수도 없?것도 현실이다.
다만 이번에 적발된 대학들에 대해 학원가나 일선 고교에서 이미 "어느 대학이 고교등급제를 한다", "강북 학생은 어느 대학에 지원하면 면접도 못보고 떨어진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점을 감안하면 특정 지역.고교에 대한 `눈에 띄는 편애'는 결국드러날 것이라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