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역외펀드 매수·가수요 겹쳐 급등

환율, 역외펀드 매수·가수요 겹쳐 급등 환율이 원ㆍ달러당 1,200원을 돌파한 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은 30일 개장 초반부터 역외선물환시장(NDF)세력이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장중 한때 1,214원50전까지 치솟았다가 전날 종가(1,200원80전)보다 13원50전이나 높은 1,214원3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유사를 비롯한 기업들의 월말 결제수요에다 가수요까지 가세, 수요만 몰리고 공급은 달리는 수급 불균형이 심한 하루였다. LG경제연구소는 "우리 경제는 4ㆍ4분기에 교역조건이 전반기에 비해 2% 정도 악화되고 순자본유입이 5억~1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균형환율이 1,180~1,225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안한 외환시장 이날 외환시장은 미국 나스닥의 연중 최저치 하락과 NDF세력이 전날에 달러를 대량 사들이면서 1,210원선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급격한 상승을 우려해 정부가 구두개입을 단행했지만 실제 달러물량이 공급되지 않자 1,214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자산관리공사가 달러 물량 공급의사를 밝히면서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지만 역외세력이 달러를 계속 사들이면서 환율이 다시 뛰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월말임에도 불구하고 네고 공급이 지연되는 반면 NDF에서 환율상승으로 인한 헤지성 매수가 이어지고 국내업체들의 '사자'가 폭주하는 등 달러매수세가 강력해지면서 환율이 급등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급상승은 미국ㆍ일본ㆍ대만 등 동남아국가들의 정치적 리더쉽 부재로 인해 정치ㆍ경제가 계속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이완은 자국의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정도로 악화, 동남아 통화불안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창영 국민은행 외환딜러는 "엔화ㆍ타이완달러를 비롯한 모든 아시아국가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거기에다 노동계의 파업 가능성이 시장의 불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개입 가능성 환율에 영향을 주는 국내외 변수의 진행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환율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주면서도 나름대로 예측할 수 있는 중요 변수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다. 정부는 지난주 환율이 급등하자 구두개입과 국책은행ㆍ공기업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개입했다. 정부는 환율이 일정부분 상승하면 수출증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른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외환당국은 "원화가치의 급격한 절하는 무역수지 개선에 어느 정도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국가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율이 급등할 경우 시장에 언제라도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환율이 10원이상 급등하자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달러 량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오옥균 자산관리공사 외화자금팀장은 "실탄을 채우고 준비를 완료했다"면서 "언제든지 시장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고 공급시점은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4ㆍ4분기 균형환율 향후 환율은 각 기관마다 전망이 다양하다. 1,160원에서 1,210원까지 환율변동폭을 너무 크게 잡아서 전망이 무의미할 정도다. 그러면 무역과 물가 등에 가장 적정한 균형환율은 얼마일까. LG경제연구원은 "4ㆍ4분기 균형실질환율은 10월부터 12월까지의 교역조건변화와 순자본수지의 크기에 의해서 결정된다"며 "4ㆍ4분기중 교역조건이 2~5%정도 악화되고 순자본유입규모가 5억~15억달러라고 볼 때 원화의 균형환율은 1,180~1,225원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급격한 반도체가격의 하락과 유가상승은 진정되었지만 전반기의 실물가격변화가 실제 계약에 반영되어 교역조건은 어느 정도 하락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연구소는 또 자본수지가 5억달러의 적자가 나고 전기에 비해 5%의 교역조건이 악화될 경우, 균형환율은 1,290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용호기자 입력시간 2000/11/30 19:18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