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펜서 에이브러햄 에너지장관은 25일 조지 부시 행 정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석유 증산을 "더 이상 설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에이브러햄 장관은 폭스-TV 일요 대담에 출연해 "미국이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도록 하는 미개발 유전들을 확보하고 있는 한 OPEC나 다른 어떤 상대에게도 석유를구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OPEC의 감산 결정이 그들의 이익을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 내려진다는 점을 미국인이 명심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원하는 바를 OPEC가 해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지적했다.
에이브러햄 장관은 "70년대 석유 파동이 발생했을 당시 미국 석유 수요의 수입의존율이 약 36% 였으나 지금은 54%가 넘어선 상태"라면서 "미국이 미개발 유전을개발하는 한편 연료전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브러햄 장관의 발언은 석유업계 출신인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과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알래스카 극지유전 개발을 강행하려는 가운데 나왔다.
알래스카 극지의 삼림동물 보호지역에는 160억배럴에 달하는 방대한 원유가 매장돼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개발되더라도 상용화되기까지 10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에이브러햄의 발언과 관련해 즉각 반대 입장을 재천명했다. 존 켈리 상원의원은 이날 CBS-TV `국민과 대화' 프로에 출연해 "석유 수급 원활화를 명분으로 알래스카 유전 개발을 운운하지만 잘못된 것"이라면서 "(개발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공급이 2-3% 밖에 늘어나지 않는 근시안적 견해"라고 반박했다.
켈리 의원은 부시 행정부가 에너지난의 상징적 사례로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를거듭 언급하는데 대해 "현지공급 전기의 불과 1%만 석유로 생산된다"면서 "석유 업계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OPEC는 지난 17일 미국 등 석유 소비국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전체 생산의 4%에 해당하는 하루 100만배럴을 감산키로 결정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