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월 10만원 노동 내몰리는 대학생 직장체험] <상> 책임 떠넘기는 대학-고용부

(상) 고용부, 대학 서로 책임 떠 넘기기


대학생 직장체험, ‘대가 없는 노동’ 정부 지원금 끊겨, 두 달간 한 푼 못 받는 경우까지 ‘예산을 아끼려는 고용노동부의 정책 때문이다.’(대학) ‘지침 같은 것은 없다. 대학의 욕심 탓이다.’(고용노동부) 정부와 대학들이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는 가운데 직장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 1만여명의 대학생들이 대가 없는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관련 예산이 사실상 줄어들어 학생들의 처지는 더욱 곤궁해질 전망이다. 직장체험프로그램이란 대학생들이 1~6개월간 현장연수를 통해 실무를 습득하도록 돕는 프로그램. 전국 154개 대학과 263개 기업ㆍ공공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침상에는 참가 학생에게 정부가 매월 40만원의 연수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고용부는 두 달치 수당만 지급, 4개월짜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부 학생들의 경우 3,4개월 차부터는 아무런 금전적 소득 없이 사실상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단체의 4개월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대학생 K씨(23ㆍ여ㆍS대 4학년)는 “처음 두 달은 정부의 연수 수당 40만원, 회사 지원금 10만원을 합쳐 월 50만원을 받았는데 3개월 차인 11월에는 정부의 지원이 끊겨 월 10만원을 받았다”며 “연수라고 하지만 교육은 거의 없고 아르바이트 학생처럼 사무 보조나 단순 노동을 하면서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처지”라고 밝혔다. 그는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학교에 등록금 346만원을 납부해가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가 아니라 돈(등록금) 내고 낮은 임금을 받는 스펙 사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청년직장프로그램의 연수기관 중에는 4개월간 회사 돈 240만원을 지급하는 이례적인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일부 협회나 학교, 기업 등은 회사지원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아 연수 3개월 차 이후부터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숙명대 등 일부 대학은 학생들에게 3개월 차부터 장학금 명목으로 월 20~40만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지원을 외면한 채 정부 지원 증액만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민재 고용노동부 청년고용대책과장은 이에 대해 “대학들이 신청하는 대로 정부지원금(연수수당)을 내주고 있다”며 “3, 4개월차 연수학생들에게 지원금이 나가지 않은 것은 보다 많은 학생들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려는 대학의 욕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대학의 취업 담당자들은 “정부가 지난 2008년까지는 최대 6개월까지 월 40만원씩 연수수당을 지원했지만 2009년부터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대학들에게 2개월 프로그램만 신청하도록 강요해왔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와 고용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사업설명회나 전자우편 등을 통해 2개월 이상의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지원기간을 이전처럼 되돌려 달라는 대학들의 거듭된 요청을 묵살하는 고용노동부야말로 줄어드는 예산으로 지원 학생수를 늘리겠다는 생색내기 욕심에 사로 잡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과 고용노동부 둘 중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확실한 게 있다. 내년에는 사정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은 올해(151억6,600만원) 수준. 그러나 29억원 규모의 유사사업과 통폐합돼 청년직장체험프로그램에 대한 실질 가용자원은 줄어들어 지원금 총액과 참가 학생수(10,052명)의 유지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용노동부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으며 개선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예산 여건상 개선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대학생들이 처한 실태를 기업체를 포함한 연수기관과 학교별로 점검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홍준석 기자 jahong@sed.co.kr 서동철 기자 sdchaos@sed.co.kr 김은지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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