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둑을 두던 무렵 이세돌이 지닌 국내 타이틀은 맥심커피배 하나뿐이었다. 검토실에 둘러앉았던 기자들이 이 사실을 화제로 삼았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국내 타이틀도 서너 개는 차지해야 정상 아닌가." "맞아. 무명인 옥득진 2단이 왕위전에서 이창호와 타이틀을 다투는 형편이고 해설용이라던 김성룡이 전자랜드배에서 4,000만원을 거머쥐는 마당인데 이세돌이 달랑 맥심배 하나라니." "국제전에만 전념하기로 작심한 건 아닐까. 그 쪽이 상금규모 면에서 워낙 크니까." "그런지도 모르지. 이세돌의 최근 국제전 성적이 경이적으로 좋아요." 지난 1년 간 이세돌은 국제전에서 무려 19승2패라는 놀라운 전적을 보이고 있었다. 흑17은 주문이 담긴 수. 이세돌은 그 주문을 한눈에 알아보고 백18로 참았다. 부분적으로는 참고도1의 백1 이하 5로 귀의 실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매력적이지만 그것은 흑이 원하는 코스다. 흑은 기다렸다는 듯이 흑8로 넘어버릴 것이다. 흑92 역시 흑17처럼 주문을 담고 있다. 제발 잡아먹어 달라고 노골적으로 미끼를 들이민 것인데 이세돌은 이번에도 22로 물러섰고 넘어갈 방법을 강구하지 못한 야마시타는 하는 수 없이 23으로 달아났다. 백30으로 흑의 연결을 방해한 수는 절대. 중원을 두텁게 한다고 참고도2의 백1로 두는 것은 흑2의 연결을 허용하여 백의 불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