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공동대표 尹貞玉)는 북한에서 발간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집을 국내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대협이 22일 공개한 북한의 증언집 「짓밟힌 인생의 웨침」은 지난 9-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위안부문제 관련 南北日 3자회담에서 정대협이 북한의 `종군위안부 및 태평양전쟁피해자 보상대책위원회'(종태위)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다.
이 증언집은 종태위가 지난 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발행한 것으로 국판크기의 134쪽 분량에 북한 피해자 40명의 증언을 담았다.
증언내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다.
경남 진주가 고향이라는 박복이 할머니(증언당시 69세.함경남도 신포시 호남리)는 "17세때 일본으로 보내주겠다는 구장의 말에 속아 대만의 `기쿠사이로' 항공군병영으로 끌려갔는데, 일본 비행사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의 몸에 뱀을 감아 실신시킨 뒤 수욕을 채우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윤경애 할머니(75세.황해북도 은파군 구련리)는 "21세에 싱가포르의 라시오라는 산골로 끌려가 8명의 처녀들과 위안부생활을 해야 했다"면서 "당시 동료가 반항하자 일본군이 다섯필의 말에 팔과 다리와 목을 각각 매어 찢어죽였다"고 밝혔다.
리복녀 할머니(76세.함경북도 화성군 극동로동자구)는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지대인 `부짜골'이라는 곳에서 하루에 30-35명씩의 일본군을 상대해야 했다"면서 "내가 달아나려 하자 일본군들은 군악대들이 쓰는 징을 불에 달구어 넓적다리를 지져놓았고 상처가 아물면 또 지지곤 했다"고 전했다.
중국 동북부에서 위안부생활을 했던 김향숙 할머니(68세.함경남도 단천시 양산동)는 "일본군은 `위안'외에 발을 씻어달라, 발톱을 깎아달라, 속옷을 빨아달라는 등 갖은 잡일을 많이 시켰으며 권총으로 공포를 쏘면서 위협하고 개까지 끌고 들어와 물어뜯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증언자들도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경위, 당시의 참혹한 경험, 귀국후의 불임증을 비롯한 후유증 등을 소개하면서 배상과 사죄를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분개했다.
정대협 梁美康 총무는 "일본에서는 북한의 증언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황으로 미뤄 이들 증언이 사실이라고 본다"면서 "북한에서 발간한 위안부증언집이 국내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증언집은 지난 95년도에 영문판과 일어판으로 번역돼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