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의 은행이 세계 최고 부국인 미국의 극빈자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빈민대출기관인 그라민은행이 신용 불량 등을 이유로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불가능한 뉴욕 시민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라민은행은 지난 1월 뉴욕 퀸즈 잭슨 하이츠에 거주하는 해외 이주 여성들에게 5만 달러를 빌려줬으며, 앞으로 5년 동안 총 1억7,600만 달러를 대출할 계획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미국 내 신용 경색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극빈층의 자금 난이 악화되자 그라민은행이 미국인들의 ‘구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라민은행의 설립자로 지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는 “서브프라임 위기로 기존의 금융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게 부각된 지금이 뉴욕에 대출을 시작할 적기”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라민은행은 지난 1976년 방글라데시 가난한 여성들에게 소규모 창업 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설립됐다. 당시만 해도 42명의 여성에게 27달러를 대출하는 데 그쳤던 이 은행은 현재 빈민 700만 명에게 65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지원할 만큼 성장했다.
미국에는 현재 2,800만명 가량이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고, 4,470만명은 금융기관 이용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FT는 그라민은행이 미국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소액신용대출뿐만 아니라 모기지 등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사업 및 세금제도 등이 개발도상국보다 훨씬 복잡해 얼마나 잘 해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