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홀 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18번홀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는 2.4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했다. 역전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밝아진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번홀(파4)로 옮겨 치른 첫번째 연장전에서 3번 우드 티샷을 오른쪽 덤불 속으로 날렸고 승부는 거기까지였다. 세번째 샷 만에 페어웨이를 밟은 우즈는 네번째 샷을 겨우 그린에 올리고 6m 가까운 보기 퍼트를 실패한 뒤 백기를 들고 말았다.
우즈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 첫판에서 짐을 싸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우즈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마라나의 리츠칼튼CC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64강전에서 토마스 비요른(덴마크)에 무릎을 꿇었다.
15개월째 우승이 없는 우즈는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점점 사라지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셰브런 월드챌린지 마지막 라운드에서 4타 차로 앞서다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에게 연장전 패배를 당하더니 2003년과 2004년, 2008년 우승했던 이 대회에서 첫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동네북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새로운 코치와 스윙을 교정하고 있는 우즈는 특히 중요한 고비에서 샷이 흔들리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날 3번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에 한참 못 미친 연못에 빠뜨렸고 15번홀(파4) 버디 때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등 경기 내내 끌려갔다.
우즈는 “(연장전에서) 티샷을 쉽게 페어웨이로 보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앞으로 출전 계획에 대해서는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10년 전 두바이 데저트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즈와 맞대결 끝에 우승한 바 있는 비요른은 “우즈가 확실히 최상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코리안 브라더스 가운데는 최경주(41ㆍSK텔레콤)와 양용은(39)이 32강에 안착했다. 최경주는 2001년, 2004년 US오픈 우승자로 만만치 않은 상대 레티프 구센(남아공)을 1홀 차로 물리치고 2회전에서 라이언 무어(미국)와 만나게 됐다. 15번홀까지 팽팽하게 맞서던 최경주는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앞섰고 남은 2개 홀을 비기며 리드를 지켰다. 양용은은 최근 유럽투어 두바이 데저트클래식에서 우승한 알바로 키로스(스페인)을 맞아 두번째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양용은의 32강전 상대는 2009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스튜어트 싱크(미국)다.
처음 출전한 김경태(25ㆍ신한금융그룹)와 노승열(20ㆍ타이틀리스트)은 각각 제이슨 데이(호주), 세계랭킹 2위 마르틴 카이머(독일)에 3홀과 7홀 차로 패했다. 세계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를 비롯해 필 미켈슨, 로리 매킬로이 등은 이변을 피해 2회전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