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은행의 패거리 문화

요즘 은행들은 돈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지난 2000년대초부터 시작된 저금리 시대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대출에 올인했고, 지난해부터는 정부가 부동산 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중소기업대출에 뛰어들었다. 무차별 대출 확대를 통한 외형 경쟁에다 올 초부터는 증시로의 자금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은행의 실탄(곳간)이 텅 비어가고 있다. 은행들은 예금이 걷히지 않자 한푼이라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장에서 연일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CD와 은행채를 발행하고있다. 그나마 팔리면 다행이다. 5.98%이던 6개월물 CD 금리가 이틀새 6.15%로 껑충 뛰었지만 사는 곳이 없다. 6개월짜리 CD 금리가 오르면서 서민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 CD금리도연일 급등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자고나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수년간 은행권은 수백조원의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면서 서민들로부터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챙겨왔다. 하지만 이 같은 패거리 외형확대 경쟁이 종말을 고할 조짐을 보이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늘 은행권의 패거리 마케팅, 이른바 금융시장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눈 앞의 이익에 어두운 은행에겐 ‘소 귀의 경 읽기’였던 셈이다. 이자부담 가중뿐 만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 활황을 타고 은행권이 80조원이나 뿌려댔던 부동산 관련 PF대출 등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경기에 또 다시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퍼줄 때는 좋았지만 건설업체의 미분양 사태가 확산되면서 건설사 연쇄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은 급기야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건설사 공동 지원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은행권간 이견이 많아 난항을 겪고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자산건전성 기준인 바젤 2가 시행된다. 바젤 2는 금융시장 쏠림 등 여러 지표도 은행 평가의 지표가 된다. 내년에는 은행권의 행태가 달라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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