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5월 1일] 이순신, 윤봉길, 천안함 46용사

천안함 46용사의 영결식이 지난달 29일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엄수됐다. 해군은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추모관과 충혼탑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그날은 윤봉길(尹奉吉) 의사의 의거기념일이고 하루 전인 28일은 이순신(李舜臣) 장군 탄신 465주년이기도 했다. 원인규명 앞서 안보태세 정비를 해마다 돌아오는 날이건만 올해 이 충무공 탄신일과 윤 의사 의거기념일을 맞는 감회가 더욱 뼈저리게 아팠다. 천암함사건 때문에 나라가 또다시 난국(難局)에 빠졌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정황상 북한의 소행이라는 심증은 짙지만 아직도 물증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북한은 금강산 지역의 남측 소유 부동산들을 동결하거나 몰수하고 나섰다. 무력도발의 공갈협박도 계속하고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뭔가 켕기는 것이 있으니까 강경대립 쪽으로 선수를 치고 나선 것이 아니겠는가. 그동안 북한이 자행한 도발만행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때마다 확고한 의지로 응징을 가하지 않았기에 반성보다는 못된 버릇과 오기만 키워준 셈이 됐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과거처럼 적당히 넘기지 말고 따끔한 교훈을 안겨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증거를 찾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불안한 안보태세의 정비도 시급한 일이다. 지금 형세가 이처럼 위중한 까닭에 철저한 준비와 필사의 각오로 왜적과 맞서 싸워 이겼던 이순신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장군은 1597년 9월16일(음력)의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必生則死 必死則生)." 이 같은 필사의 각오와 의지가 바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이순신정신, 이순신 리더십이다. 병법에 무능하고 적정(敵情)에 무지하고 경계에 실패한 원균(元均)의 칠천량해전 참패로 조선수군은 전멸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순신은 명량해전에서 불과 13척의 전함으로 500척이 넘는 왜군의 대함대를 물리치는 세계 해전사상 유례없는 기적적 승리를 이뤘다. 오늘과 같은 국가안보의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떤 일을 당해도 능히 대처할 수 있는 유비무환의 자세,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리더십의 이순신정신이 절실하다. 윤 의사는 78년 전인 1932년 이날 중국 상해 홍구공원(虹口公園)에서 대한 남아의 용장(勇壯)한 기개를 전세계에 널리 떨쳐 군국주의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 의거로 숱한 일군 장성과 고관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윤 의사는 그해 12월19일 일본 가나자와 육군형무소에서 총살당하니 순국 당시 그의 나이 꽃다운 25세였다. 나라가 어려운 지경에 처할수록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본받아야 할 터인데 요즘 나라의 형세를 보면 참으로 딱하다.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감이 든다. 애국 선열들 희생정신 본받아야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일부 판사들의 판결, '스폰서 검사 사건'으로 체면을 구긴 검찰, 검은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경찰관과 교육자들, 이런 판국에도 여전히 비생산적이며 소모적인 정쟁(政爭)으로 이전투구를 벌이는 정치권…. 뿐이랴. 북한은 우리 정부를 '괴뢰패당'이라 비하하고 국가원수에게 '역도'니 뭐니 하며 온갖 욕설의 폭탄을 퍼붓는데 남측은 김정일 뒤에 반드시 '위원장'을 붙이니 이처럼 국가의 체면과 국민의 자존심을 손상시키는 해괴한 과공(過恭)도 다시없다. 이건 거의 자해행위 수준이 아닌가. 망국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원인은 천재지변이 아닌 내우외환 때문이었다. 이것이 뼈저린 역사의 교훈이다. 역사교육을 홀대하고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니 국난의 위기, 망국의 위기가 거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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