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SK하이닉스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대량 매물 출회(오버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오버행 우려는 단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뿐 주가를 움직이는 큰 힘은 실적 개선 여부가 될 것”이라며 이번 매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09% 내린 2만3,400원으로 마감하며 닷새만에 하락했다. 우리은행이 전날 장 마감 후 SK하이닉스 지분(986만1,000주) 전량을 블록딜(대량매매)로 처분하면서 물량 부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전날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우리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보유중인 SK하이닉스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날 블록딜은 2.5% 할인율, 주당 2만3,300원에 이뤄졌으며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블록딜 물량이 SK하이닉스 주주협의회의 매각 예정 물량(2,353만3주ㆍ3.2%)과는 별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여기에 참여한 다른 기관들의 추가 매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다른 기관들이 매물을 쏟아낼 경우 2,300만주 이상이 추가로 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주주협의회는 지난달 전체 보유 지분(6.4%)의 절반에 달하는 물량을 대량 매각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정책금융공사와 외환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농협·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신한BNP파리바·케이알엔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이 SK하이닉스 주가에 단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협의회의 지분 매각이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고 이날 주가 하락도 오버행 이슈 보다는 유럽 위기에 따른 업황 악화에 기인했다는 평가를 내리며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장 마감 후 매각 물량이 돌면서 이날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오버행 부담에 따른 하락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장 상황에 따른 동반 하락,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 따른 2ㆍ4분기 실적 우려로 인한 조정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주주협의회의 매각작업도 성급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하이닉스의 거래규모나 하반기 전망 등을 고려할 때 물량이 풀려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2ㆍ4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채권단의 물량 부담도 여전해 단기 주가 불확실성은 있는 편”이라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인 주가 흐름의 관건은 실적 호전 여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 아이폰5 출시에 따른 낸드 플래시 및 D램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장기적인 주가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