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금호그룹, 대우건설 등 무리한 인수뒤 글로벌 금융위기 복병 만나

[금호산업·타이어 워크아웃] 왜 워크아웃까지 왔나<br>대우건설 '풋백옵션' 약속 주가폭락으로 자금난 직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끝내 '승자의 저주'를 풀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무리한 자금조달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년 11월 프라임과 유진그룹을 제치고 6조4,000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2008년에는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며 재계 서열 8위로 도약했다. 승리의 기쁨은 잠깐이었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주가가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해주는 계약)'이 화근이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우건설 주가는 현재 1만2,000원대로 폭락했다. 주가 하락으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자금만 4조원대에 달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헤어나오기 힘든 늪으로 빠져들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풋백옵션으로 발생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되파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대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했던 것.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외에도 금호생명·금호렌터카·아시아나IDT 등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수합병(M&A)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이렇다 할 진전을 일궈내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매각을 추진했던 금호생명은 칸서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대금납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제 매각이 늦춰지고 있다. 시간도 '금호'의 편이 아니었다. 대우건설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풋백옵션의 행사 시기는 내년 1월15일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만약 글로벌 금융위기가 회복되고 인수후보자들이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확보된다면 사정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냉혹한 M&A 시장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오히려 관망세로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도 급격히 악화됐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과 계열사 금호타이어는 지난 3ㆍ4분기까지 각각 1,906억원, 3,371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나마 주력 계열사 중 실적을 제대로 내는 기업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2곳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할 오너 일가는 오히려 서로 반목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일어난 것. 이 사건은 사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을 차갑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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