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환경스페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잇단 고발바야흐로 동물 전성시대가 왔다. 애견 샵과 동물 병원에는 애완 동물을 치장하고 돌보려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방송에서도 '동물과 인간의 교류'를 그리기만 하면 시청률이 폭등, 관련 프로그램 홍수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이 아닌 동물 입장에서 바라 본 그들의 실태는 어떠할까. '자연 보호'의 참 의미에 대한 단면을 보여 줄 두 프로그램이 이주 방송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우선 KBS1TV의 '환경스페셜'(매주 수요일 오후10시)은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실태를 밀착 취재한 '충격보고, 동물원으로부터의 SOS'편을 17일 내보낸다.
찾아오는 인간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하고자 대량 사육되는 동물들이 본래 생태로부터 벗어난 덕에 겪는 생지옥 같은 생활이 전파를 타게 된다.
지난해 12월 말 숨진 잔점박이 물범의 사인(死因)은 사람들이 던진 동전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위 속에서 발견된 128개나 되는 동전들이 위에 부담을 줘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른 것이다.
이 외에도 일부 고릴라들은 우리 안의 거친 시멘트 바닥 때문에 발이 썩거나 곪는 아픔을 당하고 있고, 개체끼리 마주치지 않고 독립 생활하는 유럽 불곰들은 여러 마리가 함께 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종일 토하고 토사물을 다시 먹는 행태까지 보인다.
이쯤 되면 동물원은 '동물 보호'의 공간이 아니라 '동물 학대'의 장소인 셈이다. 놀이공원으로서의 동물원이 아닌 멸종 위기 동물을 위한 생태공원으로의 변모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제작진의 진단.
한편 SBS '그것이 알고싶다'(매주 토요일 오후10시50분)는 방사된 반달 가슴곰의 실종을 취재한 '사라진 반순이 - 밀렵인가, 자연사인가'를 오는 20일 방송한다.
지난해 9월 '반달곰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리산에 방사됐던 어린 반달 가슴곰 4마리 중 반순이가 사라졌다.
애초 인간 마을로 돌아온 한 마리 외 세 마리가 동면에 들어간 것으로 1월경 확인됐지만 올해 6월, 반순이의 위치를 확인시켜주던 발신 추적 장치만이 예리한 도구에 의해 절단된 채 바위틈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후 밀렵이냐 자연사냐 논쟁이 계속돼 왔고 5월부터 추적에 들어간 제작진은 반순이의 사체를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일제 시대부터 시작된 무분별한 벌채와 보신 식품에 대한 맹신 덕에 토종 야생곰은 현재 멸종 상태. 이들을 복원시키고자 하는 방사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절반 이하로 매우 낮은 편이지만 본 생태를 되살려야 할 책임이 인간에게 있음을 공론화하고자 하는 게 제작진의 의도다.
유영석 PD는 "인간을 위해 자연이 존재하며 인간의 후손을 위해 자연을 보호한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고 답했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