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대해 용도지역 변경 후 고밀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서울시의 '마이스(MICE) 개발계획'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용도지역 변경 허용 방침 발표만으로 땅값이 많게는 2배 이상 뛸 것으로 보여 한전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게 되지만 정작 개발이익의 기부채납 주체는 땅을 매입한 후 실제로 개발하는 민간업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개발사업 과정에서 최종 개발자는 물론 토지 매각자 등이 기부채납을 분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13일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삼성동 한전 부지와 한국감정원 부지에 적용할 방침인 '사전협상제도'가 정작 용도지역 변경의 최대 수혜자인 토지 소유주의 이익에 대한 환수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최근 발표한 영동권 마이스 개발계획에서 이 제도를 통해 한전 부지와 감정원 부지를 각각 상업지역,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해주되 늘어나는 이익의 20~40%를 공공기여 방식으로 환수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미 삼성생명이 매입한 감정원 부지의 경우 토지 소유주와 개발주체가 같기 때문에 사전협상제도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토지 소유자(한전)와 이 땅을 사서 개발할 민간업체가 다른 경우다. 한전으로서는 상업용지로의 용도변경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땅을 팔게 돼 더 비싼 값에 매각하게 되지만 개발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공공기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행 제도로는 최종 토지소유주, 즉 민간 사업자에게만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의 용도변경 결정 시기부터 민간 사업자가 토지를 매입하기 전까지 오른 땅값에 대해서는 환수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종전부동산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기업들의 용도변경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개발공약이 난무하는 상황이어서 개발이익 환수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현재 매각이 추진 중인 공기업 종전부동산 가운데 사업성이 낮은 주거지역이나 자연녹지로 분류된 곳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경기도 안양시의 경우 국토연구원 부지를 연구시설용도에서 업무·숙박·의료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해 매각을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연구원 부지는 땅값 상승분을 안양시에 환원하기로 자율적으로 결정했지만 공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개발이익환수제도에 허점이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