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처벌법규를 하위명령에 백지위임한 옛 증권거래법의 관련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옛 관련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현행 증권거래법의 개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산 전 극동그룹 회장이 “옛 증권거래법의 벌칙인 제209조 7호가 범죄구성요건을 하위법규에 포괄 위임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낸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처벌법규의 구성요건 내용을 ‘증권관리위원회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증권회사에 대한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해 그 구체적인 내용을 포괄적으로 하위명령에 백지위임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김 전 회장은 옛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 97년 금융계열사인 동서증권을 통해 극동건설 등 다른 계열사에 1,442억원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99년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항소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