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말 구성한 독립전문가그룹이 최근 '유럽 은행 구조개혁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에르키 리카넨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수장으로 한 이 그룹이 제안한 대형 은행의 투자ㆍ소매업 분리 조치는 미국의 '볼커룰'이나 영국의 '비커스룰'과 유사한 것으로 유럽판 볼커룰이 탄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명 '리카넨 보고서'로 불리는 이 권고안은 정책적 구속력을 지니지는 않지만 EU 집행위가 새 규정을 마련하도록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FT에 따르면 리카넨 보고서는 "위험성이 높은 프랍트레이딩(자기자본거래) 등의 투자규모가 1,000억유로 이상이거나 총자산의 15~25%에 이르는 은행들은 투자은행 업무와 소매금융을 분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지급불능 상태에 이른 은행의 채권자들이 보유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채권 일부를 상각해 파산을 막는 '베일인' 제도 도입도 권고했다. 이는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되는 구제금융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 같은 제안이 현실화할 경우 도이체방크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ㆍ바클레이스ㆍBNP파리바ㆍ소시에테제네랄 등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총자산에서 트레이딩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9%에 달하며 RBS도 50.7%에 이른다. 바클레이스 등도 그 비율이 33~44%로 나타났다.
리카넨 총재는 "특별히 위험이 높은 업무를 분리하는 것은 은행들의 재무구조를 보다 안정화하고 투자업무에서 발생한 손실에 따른 납세자의 부담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시장ㆍ금융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제안한 내용들이 경제성장과 금융안정 및 통합에 미칠 영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