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유가 급락… 중동 경제 '혹독한 겨울'

두바이 초호화 아틀란티스 호텔 객실 30%도 못채우고<br>부동산 가격·주가 곤두박질… 나크힐등 기업들 감원도<br>"유가 50弗대 지속땐 내년 걸프국 GDP 25% 감소될것"



지난 9월 24일 개장한 두바이의 아틀란티스 호텔.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지난달 20일 2,000만 달러를 들여 사치스럽기 짝이 없는 개장파티를 열었다. 이날 파티에는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가수 린지 로한 등과 함께 쟁쟁한 기업인, 정치인이 초대됐다. 거창하게 시작한 아틀란티스호텔은 요즘 평균 객실료가 개장 초기의 10분의 1 수준인 44달러로 낮춰졌다. 그나마도 객실점유율은 30%를 밑돈다고 한다. 싸늘해진 산유국 경기가 고스란히 드러난 모습이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원유 수요는 198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은 탓이다. 수요가 줄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지난 7월 배럴당 147.27달러를 기록한 후 지난 1일 배럴당 50달러 이하까지 떨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지난 11월 1일부터 일일 생산량을 150만 배럴씩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별무소득.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WTI의 적정 가격은 배럴당 75달러"라며 산유국들이 덤핑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지만 현재로선 역부족이다. OPEC이 어떤 조치나 발언을 내놓든 간에, 유가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매트릭스 자산운용사의 딕 오토 애널리스트는 원유의 가격변동 차트를 분석한 결과 유가가 2001년 수준인 20달러대로 급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에너지 이코노미스트인 아담 시멘스키는 "과거 경제위기 때 OPEC 국가들은 감산조치로 원유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중동 산유국들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경기침체의 흐름에 올라탔다"고 지적했다.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오일 머니에 의존하던 중동 국가들은 결국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이중의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4ㆍ4분기 기업신뢰도는 96.4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기업 대출에 대해서도 조사대상인 623개 기업 중 38%만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3ㆍ4분기에는 71%가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었다. 오일머니 덕에 가능했던 중동의 건설 붐도 눈에 띄게 위축됐다. 두바이 정부 소유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나크힐은 지난 30일 전체 인력의 15%에 해당하는 500명을 해고했으며, 미국의 부동산재벌인 도널드 트럼프와 손잡고 추진하던 호텔 건설도 중단했다. 나크힐은 `8대 불가사의'라는 별명까지 붙은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를 개발했으며,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 비용만 8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두바이 개발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이밖에 중동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에마르 프로퍼티의 주가는 올 초 대비 80%가 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상승에 힘입어 지난 5년간 4배나 치솟았던 두바이의 부동산가격은 외국인에게도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연 2002년 이래 처음으로 지난 10월 4% 하락을 기록했다. 바레인의 부동산시장에서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의 증시도 휘청거리고 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던 9월 15일 이후 사우디 증시는 35%나 하락했다. 중동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사우디 베이직 인더스트리는 유가하락의 최대 피해자로, 같은 기간 동안 주가가 52%나 깎였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포함, 막강한 자금력으로 세계를 누볐던 중동 7대 국부펀드도 금융위기로 자산가치가 15%(약 1,900억 달러) 떨어지면서 보수적인 투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하향조정도 동반됐다. 네덜란드의 ING뱅크는 내년에도 평균 유가가 50달러대를 기록한다면 걸프협력기구(GCC) 6개국의 국내총생산(GDP)가 25%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GC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바레인으로서는 끔찍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초 GCC 6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8%대에 달했지만, 지금은 4%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돌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함부로 대폭 감산을 결정했다간 가뜩이나 어려운데 유가까지 올린다는 비판이 쇄도할 것이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자니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이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중동 산유국에는 큰 걱정거리다. 특히 금융위기를 틈타 일자리 창출을 겸해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서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에너지 혁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생'을 공약으로 내걸은바 있다. 영국 리서치회사인 벳온마켓의 데이브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가 침체되면 원유 수요도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아직까지 산유국 측은 '국가 개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데이빗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감독원 회장(전 HSBC 은행장)은 "두바이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와 막대한 원유매장량을 등에 업고 있다"며 "잠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시장 성숙으로 나아가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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