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민들 달래기' 재계가 나선다

새 일자리 만들고…소기업 지원하고…

월가를 점령하고 나선 시민들의 시위가 날로 격화하면서 이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한 미 재계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말 현재 2조달러가 넘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기업이 돈을 풀어 투자에 나서야 경기를 부양하고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역할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의 분노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기침체와 실업에 각 기업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이 나서 부자 증세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각 기업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당장 총대를 메고 나선 기업인은 8월 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을 끊겠다고 선언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3일 발표한 성명에서 “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모금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대신 기업이 경제 살리기에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번 모금활동은 미 전역의 6,800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진행되며 이렇게 모인 자금은 ‘지역개발 금융기관(CDFI)’ 입회하에 소기업인 대출 지원금으로 이용된다. 스타벅스는 이 기금에 우선 500만달러를 제공할 계획이다. 슐츠 CEO는 “경제회생을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는 한편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개 매장을 추가 개설하고 1,700개 매장을 리모델링할 것”이라며 “재계 지도자들이 경제에 투자해야 기업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업계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앨런 멀럴리 포드 CEO는 향후 2년 동안 7,000명의 신규 근로자를 고용할 것이라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그는 “고용증대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며 “이 같은 투자를 통해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밖에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해고 노동자 570명을 복직시키는 한편 근로자에 대한 5,000달러 보너스 지급, 초임근로자 시급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단체협상안을 잠정 타결한 바 있다. 각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일자리법안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기대하고 있다. 미 재계에서는 선진국이 앞장서 개발도상국과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보고서를 통해 국가 간 금융거래와 담배ㆍ운송ㆍ항공연료 등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컨대 각종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면 최대 2,500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해 개발도상국에 상당한 규모의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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