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투자 보호주의' 확산 中·러·印·獨등 잇달아 외국인 직접투자 제한 조치美정부·재계 "세계화에 역행"… 새 통상문제로 부상 강동호 기자 eastern@sed.co.kr 세계 각국이 자국 기업의 보호를 위해 외국인 투자에 대해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서 ‘투자 보호주의(Investment Protectionism)’가 새로운 통상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중국은 물론 러시아ㆍ인도ㆍ독일 등 세계 각국이 외국 자본에 의한 자국의 기업ㆍ공장ㆍ부동산 및 천연자원 취득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각국의 이런 움직임이 글로벌 경제 성장에 해악을 끼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천연자원 광산, 바이오기술 등 39개 전략 분야에 대해 외국인 소유 제한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은 외국인의 중국기업 소유가 ‘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을 새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칼라일 그룹이 얼마 전 양쯔승덕 철강튜브 공장을 인수하려다 이 공장이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독일의 자동차부품업체인 셰플러 그룹도 중국 뤄양 베어링사를 인수하려다 소유제한 규정에 묶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 칼라일 그룹이 이번 주 총칭상업은행의 8% 지분을 취득하려 할 때도 중국 당국은 법적인 이유를 내세워 이를 불승인했다. 인도와 독일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외국인 직접투자가 접수될 때는 이에 대한 국가전략적 검토를 의무화하는 절차의 신설을 추진중이다. 미국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도 기업 인수자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수년전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포트월드(DPW)가 미국 5개 항만을 매입하려 했을 때 미 정계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다. 중국 국영 해양석유공사(CNOOC)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석유업체 유노칼을 인수하려 할 때도 동일한 이유로 계획이 물거품이 된 적이 있다. 각국의 ‘투자 보호주의’ 경향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인수합병(M&A)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해 1만1,640건의 국가간 M&A가 이뤄져 전년도(9,875건)보다 17.8% 늘었다. 이는 지난 2000년(1만2,624건) 이후 최고치다. 금액기준으로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2005년말 전세계 FDI가 전년대비 27% 늘어난 9,160억달러라고 집계했다. WSJ는 그러나 미국 정부와 재계가 각국에 의한 외국인 투자 제한조치가 세계화에 대한 반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보호주의 성향을 높이면 수출보다는 외국 기업과의 제휴나 합병을 통해 성장해온 미국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로버트 기미트 미 재무부 부장관이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다녀온 것도 점점 높아지는 투자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풀이된다. 그는 현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자 제한 행위가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투자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환영한다”고 말해 각국의 투자 제한에 대한 완곡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미국의 최고 국정책임자가 공식석상에서 직접 투자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입력시간 : 2007/07/06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