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외국은행 지점들의 외화 차입에 대해 자제를 요청한 것은 단기외채가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정도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달러를 차입해 국내에서 채권을 사거나 대출을 하면 아무런 위험도 부담하지 않고 차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달 들어 국내 금리는 오르는 반면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고 있어 국내은행과 외국은행 지점의 외화차입은 더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권 단기 외화 차입으로 돈벌이=지난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1ㆍ4분기 중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외환스와프레이트는 3개월물을 기준으로 1ㆍ4분기 중 평균 마이너스(-) 0.71%포인트에 달했다. 지금 달러를 차입해 선물환 시장에서 팔면 0.71%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올 들어 국내 금리가 오르면서 국내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에서 미국 리보(Libor) 3개월 금리를 뺄 경우 마이너스(-) 0.42%포인트에 그쳤다. 스와프레이트와 내외금리차간 격차도 -0.29%포인트에 이르렀다. 해외에서 외화 자금을 조달해 획득한 원화로 국내 유가증권에 투자하면 금리 차이 때문에 0.42%포인트를 손해보더라도 전체적으로 0.29%포인트의 공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은행들의 단기 외화차입도 올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단기 외화차입은 지난해 10~11월 금융감독당국의 창구 지도로 순상환됐으나 12월 23억달러, 올해 1월과 2월 각각 28억달러, 27억달러로 다시 늘어났다. 특히 올 들어 스와프레이트와 내외금리차의 격차는 1월 -0.21, 2월 -0.29, 3월 -0.36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구나 국내 금리가 오르면서 국내외 금리차가 줄어드는 반면 환율은 하락 추세가 전망되면서 은행들의 단기 외화차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금융시장 교란 요인=물론 외화차입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이 1ㆍ4분기 중 순매도한 선물환 규모는 131억달러로 전분기 105억달러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ㆍ4분기 중 무역흑자(수출-수입)를 통해 순수하게 벌어들인 달러는 29억9,000만달러. 같은 기간 무역흑자(29억9,000만달러)의 4.4배에 해당하는 달러를 미리 팔아버린 셈이다. 수출업체들이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들은 그만큼 달러를 해외에서 차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상적인 영업 외에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외화차입이 늘어났다는 게 금융감독당국의 분석이다. 단기 외화차입이 급증하면 원화가 급속도로 절상될 수 있고 반대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더구나 이처럼 대규모로 빌려온 돈이 지난해 부동산시장 과열을 부채질하고 지급준비율 인상 등을 통한 한은의 시중 유동성 흡수 노력을 무력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