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정원 '불법도청 유혹' 왜 못버렸나

지휘부 '정보습득 용이' 안이한 판단

국가정보원이 안기부의 불법도청 관행을 그대로답습한 것은 정보기관의 고급정보 수집 방법과 능력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정치사찰'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시를 어기고 전신인 안기부의 불법도청 관행을 이어받은 것은 도.감청이 정보획득의 가장 유용한수단이라는 고위 간부들의 안이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5일 국정원 조사결과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1998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2002년 3월까지 불법 도.감청조직이 운영됐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당시 안기부 초도 순시 때 "내 자신이 정치사찰 및 도청의 최대 피해자다. 내가 희생자다. 이를 없애는 것이 필생의 신념"이라고 거듭 주문했으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국정원 관계자는 말했다. 이는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의 일종의 '항명'으로 인식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정보기관의 비대화와 권력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것임을 방증해주고 있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안기부 불법도청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안기부의 도청작업이 기존에 알려졌던 YS 정권 말기가 아닌 DJ 정부 들어서도 2002년 3월까지 실시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후 신 건 국정원장 재직 중에 도청 작업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군사정부 시기는 물론 민주화 이후에도 불법감청 관행이 쉽게 근절되지 않은 것은 국정원 지휘부가 쉽게 고급정보를 수집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경의 개념이 없어지고 급속한 정보화가 이뤄지는 시대 변화에 걸맞은 정보수집 대책을 마련하고 부단한 직원 교육을 통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개선해나가야 할 지휘부가 군사정권 시절의 악습을 되풀이한 것은 정보기관의 위상에 먹구름을 드리운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앞으로 국정원의 정보수집 방법과 관행을 둘러싸고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대목이기도 하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상당 부분의 정보를 인터넷이나 공개된 매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 조사에 의하면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은 1961년 2월 중앙정보부 창설과 함께 유선감청 조직이 설치되면서 시작됐다. 20여명 안팎의 인원들이 1995년 5월이후에는 60여명 정도로 늘어났다. 당시에는 영장을 토대로 한 합법적 감청 외에도필요에 따라 각계 주요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유선전화 감청이 이뤄졌다. 1993년 2월 문민정부 출범 후에도 감청조직은 그대로 유지됐으며 그 해 12월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되고 나서는 무작위 감청보다는 특정인을 표적으로 한 방식으로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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