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반도덕적 가치도 활용하라”

■성공의 기술 김후 지음/ 이마고 펴냄 “위대한 정복자들이나 통치자들이 이룩한 성취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미덕 때문이 아니라, 잔인성, 비겁함, 탐욕, 위선과 거짓말, 배신과 같은 악덕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역사 저술가인 김 후(46) 씨는 최근 펴낸 `성공의 기술`에서 공식 역사기록에 쓰여지지 않은 소위 `위대한` 정복자들의 악행을 들춰내는 동시에 이들에게서 성공의 기술을 찾아 배우고자 시도한다. `카이사르에서 칭기스칸까지 위대한 정복자들에게 배우는`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멍청한 좋은 사람`보다는 `똑똑한 나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세상은 대부분의 거짓과 약간의 진실로 이뤄져 있으며, 단순히 현상만을 믿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며, 사랑도 성공을 위한 전략적인 무기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 수 있어야 하며, 모든 가치기준으로부터 자유로와져야 하고, 상대가 두려워 하는 것을 찾아내 적극 공격할 수 있어야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우선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성공하기 위해선 `배신`이란 칼날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칭기즈 칸은 어렵던 시절 자신을 도왔던 자무카와 토오릴 완칸을 제거한 후에야 몽골을 통일할 수 있었다. 유방이 항우를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배신과 위계, 거짓과 기만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란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배신을 하더라도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실패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자신을 아들처럼 아껴준 카이사르를 암살하는 데 앞장 선 부르투스가 대표적인 예로, 그는 권력획득의 구상이 분명치 않았던 탓에 카이사르의 잔존세력에게 반격을 당해 인생을 비극적으로 끝내야 했다. 유신말기 박정희 전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세력의 행보도 이와 유사한 점이 많다. 또 성공하는 정복자들은 자신의 속내를 정직하게 드러내기보다 `진실처럼 들리는 달콤한 거짓말`을 하는데 능숙한 것도 또 따른 특징이다. 불패신화로 유명한 정복자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는 사실 여러 번 패배했지만 교묘한 왜곡과 변명으로 역사에는 패배의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 전투 결과를 뒤집어 발표하는 일은 나치 독일의 홍보자료와 오늘날 미국 국방성의 발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에서는 패전의 책임을 물어 마속을 형장으로 보내며 눈물짓는 제갈량의 모습에서 자신의 책임을 면하고 군의 사기와 후대의 평가까지를 염두에 둔 철저히 계산된 처세술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을 다루고 세계를 정복하려면 사랑도 교묘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클레오파트라는 조국 이집트를 지키기 위해 로마의 최고 권력자인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잇달아 연인으로 삼았고,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2세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을 연인으로 삼아 절대 충성을 담보받았다. 이밖에 미래의 보복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잔인한 살육전을 펼친 알렉산드로스와 프리드리히 2세, 최후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도주하는 유방과 칭기즈 칸, 화려한 치장을 하고 의도적으로 국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 건재를 과시했던 엘리자베스 1세 등은 미덕에 반하는 반도덕적 가치가 어떻게 성공을 보장하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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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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